[나우누리][버터빵] 10원에게 박수를~ (2176/37582)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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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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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10원에게 박수를~ (2176/37582)

포럼마니아 1 11,783

< 1 >
어디선가 엄청난 크기의 얼굴을 가진 개가 날 쫏아오고 있었다. 난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고 있었다. 내가 도망가며 돌을 던지자 그 개가 짖기 시작하는데
너무도 시끄럽게 짖어서 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개를 향해 팔을 휘두르며
조용히 하라고 했더니 조금 조용해 졌다. 그런데 갑자기 땅밑에 구멍이 하나
생기더니 무지하게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래서 개도 얼어버리고
나도 꽁꽁 얼어버린 순간, 아득하게 밥먹으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서 열린 창문을 닫고 땅바닥에 떨어진 자명종 4개를 제자리에 놓은 후
난 밥을 먹으러 갔다.



< 2 >
집 문을 열고 엄마한테 " 갔다오겠습니다~! " 하고 인사 한 후 다시 집 문을
닫고 3걸음을 걸어 계단에 도착한 후 21개의 계단을 내려가 아파트 경비실에
도착한 후 경비 아저씨께 간단히 인사를 하고 6걸음을 걸어 아파트 밖으로
나와 약 300걸음을 걸어 진주상가에 도착했을때야 비로소 생각났다.

지갑을 안가져 나왔네.

주머니를 털어보니 현재 나의 총 재산은 560원. 다시 돌아가서 지갑을
가져오는 건 너무나도 심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노쇠함의 원인이 된다.
그냥.... 가자.



< 3 >
지금 내가 가야 할 곳은 신촌. 친구 녀석이 밥사준다고 나오라 그랬으니
식비는 해결이고, 우선은 지하철 패스가 문제였다. 맘만 같아서는 최대한
얼굴을 어리벙벙하게 하여

" 아져찌. 어린이 표 주떼요."

하고 싶었지만 보는 사람이 워낙 많아 그러지 못하고 400원을 넣고 패스를
끊었다. 아까워서 눈물이 났다. 이제 남은 돈은 160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가다 강변역에서 앉게 되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신촌역이 되었다. 입가에 고인 아밀라아제 성분의 액체를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레이스 백화점 통로를 향하여 길고 긴 통로를 빠져나가는데 갑자기
허리에서 누가 암마를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삐삐다.

삐삐를 확인하려고 보니 현재 내가 가진 돈의 1/4를 써야 한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너무도 엄청난 금액이 아닌가. 이 돈을 이렇게 쉽게 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60원이나 20원 남은 전화기를 찾아 다니는 건 배고픔을 초래하여 돈
없음의 가장 비참한 상태인 " 물끄러미 오뎅 쳐다보기" 나 " 탐스럽게 만두
만져보기"의 증세를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백화점 옆의 초이스 당구장에
가서 괜히 친구랑 약속이 있는 척 서성이다가 계산대 앞의 전화기를 들었다.

" 삐~ 야. 나 **인데( 예의상 이한범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오늘 일이
생겨서 못가게 생겼거든? 미안하다. 내 담에 더 맛있는 거 사줄께. 미안하다.
딸깍. 뚜~...."

......

망했다.



< 4 >
지금 현재 내가 가진 돈은 160원. 집에 돌아가려면 최소한 지하철 패스비인
400원이 있어야 한다.

당구장 주인 눈치때문에 더이상 공짜 전화는 할 수 없었다. 당구장을 나와
어떻게 going my home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근처에 아는 사람이 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땅에서 돈이 솟아나올 리는 없고..

그리고 갑자기 닥쳐오는 이 느낌은... 온 몸이 칼로리의 공급을 부르짖고
있었다. 순대가 날 부른다. 떡볶이가 나에게 손짓한다. 그러나 참아야
하느니라. 난 유전자(有錢者)가 아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우선은 지하철 패스 파는데로 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나 붙잡고 240원만 달라고 할까. 아니면 저 장님거지 앞에 있는 돈 좀
가져올까. 어케 해야할까.

그러고 있자니 저 쪽에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떤 여성이 날 향해 걸어오는
것 같았다. 설마.. 내가 돈 없음을 텔레파시로 인식하고 나에게 돈을 주러
오는 천사?

" 실례지만...기에 관심 있으세요?"



< 5 >
정확히 32분 동안 그 여자의 입에서 튕겨나오는 침과의 사투를 한 후
생각해보니 더이상 지하철 패스를 돈을 내고 끊는것은 불가능 할 것 같았다.
그럼 할 수 없이 최후의 방법. 몰래 넘어가는 수 밖에.

주위를 살폈다. 다행이 때가 때인지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 걸음씩
다가가서 칸막이 앞에 도착했다. 이제 넘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히익.

아까는 분명히 안보이던 " 지하철 봉사요원"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녹색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저 옆에 서 계셨다. 난 거의 반 쯤 넘어갔던 다리를
원상복귀 시킨 후 할아버지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역공을 취했다.

" 할아버지. 화장실이 어디에요? "

" 저 쪽이다. "

"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그럼 제가 올때까지 여기 꼬옥 계세요. 오래사세요
할아버지~ "

" 오냐."

후다다닥. 난 반대편 입구로 달려갔다. 할아버지는 저 쪽에 아직 서 계셨다.
여긴 아무도 없었다. 이제 넘어가기만 하면 정말로 집에 갈 수 있다. 아자.

그러나 난 안다. 유머란에 있던 그 수많은 글들. 난 지하철 칸막이에 걸려서
넘어졌던 수 많은 선배들의 교훈을 되새김질 한 후 살포시, 아주 살포시 넘어갔다.

성공이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계단을 내려가니 지하철이 오고 있었다. 난 왠 재수냐
하고 파다다닥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지하철 2호선은 당분간 순환선이 아니었다.



< 6 >
홍대입구역에서 하염없이 서 있자니 별 생각이 다 났다. 할 수 없었다. 남은
돈 160원으로 어케든 집에 가야만 했다. 160원으로 집에 가는 방법은 단 한가지.

딸깍.

뚜~~

삑삑삑 삑삑삑삑

따르르릉~ 따르르릉~

" 여보세요? "

" 엄마에요? 저 터빵인데요, 택시타고 가야 될 것 같으니까 돈 좀 준비해서
집 앞에 나와주실래요? "

" 왜 비싼 택시를 타고 오냐? "

" 그건 위의 < 1> 부터 < 5 > 까지 읽어보세요."

" 음.. 그렇구나. 그럼 네 지갑에서 돈 꺼내서 나가있으마."

딸깍.

뚜~~

철컥.

생각해보니 지갑에도 돈이 없었다.



< 7 >
이제 남은 돈은 110원. 아까 공중전화에서 잔돈이 없어 50원을 넣고 했기
때문에 이제 남은 돈은 이거밖에 없었다. 그리고 택시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아까부터 밀려오는 배고픔. 할 수 없이 훼미리마트에서
100원짜리 크라운 산도를 사 먹었다.

옛날엔 이거 1개에 50원이었는데.

산도를 다 먹고 나자 택시가 왔다. 택시를 타고 여자저차해서 이리저리하야
집에 와서 엄마가 돈을 내셨다. 그리고 집에 와서 또 일련의 과정들을 겪었다.
잔소리 기타 등등.

지금 내 옆에는 오늘 그 어려운 고난을 이겨내고 끝까지 꿋꿋하게 살아남은
1987년산 10원짜리 동전이 놓여있다.

이 10원에게 박수를~!


< 끝 >


추신: 지하철 탈때는 꼭 방향을 확인하고 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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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1:16
결혼은 여자들의 가장 흔한 생계 수단인거 아시죠? 원하지 않는 섹스는 아마도 성매매보다 결혼에서 더 많을 거에요~ 버트란트 러셀 아저씨가 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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