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날 풍 경 -

1. 차가 밀리자 갓길에다 돗자리 펴 놓고 고스톱 치는 어른들.

2. 음식 만드시며 요것 조것 줏어 드시다가 " 이러면 살찌는데... " 라고
중얼거리시고는 다시 줏어드시는 엄마.

3. 설날 하루 전에 음식 만드는 거 도와주신다고 와 놓구서는 옆에서 계속 "
그런데 미영이 걔가... 외종사촌 누구가.. 아 글쎄 큰고모가.. " 라고
쉴새없이 수근수근 욕을 하는 작은 엄마.

4. 제사 지낼 때 철푸덕 엎어지면서 절을 하는 5살짜리 수현이.

5. "IMF~! " 를 외치시며 세배돈 5000원을 쥐어주시는 큰아버지. 그리고
우리집에서 나가실 때 8살짜리 아들보고 " 야, 너 얼마 벌었냐? " 라고
물어보시며 흐뭇한 표정으로 돈을 압수하는 큰아버지.

6. 역시 철푸덕 엎어지면서 세배를 하는 5살짜리 수현이.

7. 왠종일 재방송만 해 주는 텔레비젼.

8. 오랜만에 식구가 모였는데 윷놀이는 안하고 고스톱 치다가 광값 안줬다고
판 뒤엎는 이모부.

9. 피박 패를 들고 있다가 판이 엎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작은 이모부.

10. 설 날이라 왠지 집에서 놀아야 할 것 같아 친구들을 불러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집에서 287번 재주넘기를 하다가 그것도 심심해
통신에 들어왔는데 pf를 해 보니 자기 친구들도 다 통신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허탈해 하는 나.

11. 텔레비젼의 재방송 여파로 쉴새없이 나가는 비디오들을 보며 기쁨의
미소를 짓는 비디오 가게 김 아저씨.

12. 씨름 중계방송을 보며 저 선수들이 제발 우리 목욕탕으로 오지 않기를
바라는 평창동의 때밀이 아저씨.

13. 윷놀이에서 모 세개, 개 하나로 말 세개를 업고 잘 나가다가 빽도 한방에
잡혀버리고 허탈해 하는 큰 이모.

14. " 역시 윷놀이엔 빽도가 있어야 하는겨~!! 뽀호호호~!! " 라고 약올리듯
웃어대는 작은 이모.

15. 그 옆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놀다가 괜히 자기 머리로 자동차를 치고는
엉엉엉 울어대는 3살짜리 태영이.

16. 어느새 다 커버린 아이들이 일렬로 세배를 할 수가 없어 3열 횡대로
세배를 하는 모습을 보고 " 얘들도 이제 다 컸구나, 다 컸어.." 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는 큰할머니.

17. 오늘 여자 친구랑 놀러 가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다며 계속 티둥티둥대는
내 동생.

18. 텔레비젼에서 탈렌트들이 나와서 노래 부르는 거 보고 ' 우리가 왜 재네
노래부르는 걸 계속 들어야 하는거지? ' 라고 의아해 하면서도 다른 프로그램
볼 게 없어 리모콘을 팽개쳐버리고야 마는 우리 큰 형.

19. 이도 안 난 주제에 떡을 먹겠다고 한 입 물어 놓구서는 씹지를 못해
캑캑거리며 숨막혀 하다가 침이 잔뜩 뭍은 떡 쪼가리를 남들 밥먹는 앞에
뱉아놓고 울어대는 사촌 누나의 딸 지혜.

20. 밥을 먹고 있는 나를 보고 부엌으로 뛰어가 고기 삶은 걸 가지고 오기에 '
역시 사촌 누나는 나를 아끼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흐뭇해 했는데 그걸 냉큼
자기 남편한테 가지고 가며 " 자기야, 이거 맛있다. 먹어봐라. " 하면서 나는
거들떠도 안보는 사촌누나.

21. 설날 지나면 남은 음식들을 다 집어 넣고 비빔밥이나 해서 먹어야 겠다고
생각하시는 울 엄마.

22. 설날 지나면 올해도 역시 비빔밥으로 며칠 먹겠군.. 이라고 생각하는 나.



아무튼, 새해 복 많으시고 마음 먹은 일 다 잘 되시길 빕니다~

(-_-)(_ _)(-_-) <- 세배.

세배돈은 온라인으로... ^^;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