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승빈] 산불을 조심합시다. (6182/37587)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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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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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승빈] 산불을 조심합시다. (6182/37587)

포럼마니아 0 3,710

아침에 출근해 초소에 들어가자마자 무전기에선 불이났다.

무전기가 불났다는 말이 아니라 무전기가 바빴다.

무전기가 볼일이 있어 바쁜게 아니라 무전기가....무전기가....젠장-_-;

"상황...상황 발생. X공산 2호 산불발생!"

초소에서 고참과 마주앉아 실실 웃으며 눈을 게슴츠레 감고 잠을 청하려던

둘은 화들짝 놀라 무전기를 주시했다.

서로 같이 들었지만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한번 무전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상황...상황 발생. 헬기 지원바람. 기동타격대 출동 바람. 상황..상황..!"

승빈,고참 : T.T

우리 관할은 아니었기에 급히 출동 명령이 내려지진 않았으나 시간이 꽤 지나도

불기가 잡히지 않고 바람이 워낙 쎈지라 이리저리 불씨가 옮겨 위급해지자 우리

에게도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버스가 도착하고 등에는 펌프를 맨체 마스크를 쓰고 중대장의 고함소리를 씹으며

느긋하게 버스에 올라탔다.

고참 : 자자 승빈아...

승빈 : 예...

버스에서 고참과 난 편안히 잠들었다. 아주...편안히...

그때 커다란 싸이렌 소리에 번쩍하고 창밖을 쳐다봤다.

우와....! 정말 멋있었다. 소방차하고는 조금 다르게 생긴...꼭 전투용 차 처럼

생긴 빨간 차 여섯대가 싸이렌을 울리면서 우리 버스 양옆과 앞뒤로 경호하는듯

하며 달리고 앞에선 일반 차들이 일제히 다 비켜줬다.

정말 멋졌다. 우리가 탄 버스에는 "기동타격대"라는 글귀가 붙어 있어 나름대로

더더욱 멋있다고 느끼며 속으로 '와...산불 요원되길 잘했다'고 수십번

생각했다.

산불이 난 국립공원에 도착.

가장 먼저 든 생각 - '좃됐다...산불요원..T.T'

산에는 시커면 연기가 거대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며 아직 산에 올라가지도

않았는데도 산불의 열기가 볼따구로 뜨겁게 느껴졌다.

하늘에선 헬기 네다섯대가 윙윙 돌고 있었고 세렉스차와 전투용소방차 같은것들

이 울리는 싸이렌 소리에 그곳은 무드가 엉망이었다.

"뛰어이~ 갓!" 이라는 중대장의 구령에 우린 힘차게 산으로 올랐고 밑에서부터

불을 진화하기 시작했다.

사실 무거운 펌프를 등에 매고 산 올라가는게 좀 힘들어서 그렇지 불 끄는건

정말 재미있었다.

정신없이 올라가다 보니 산 중턱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피해!" 라며 악을지르며 큰소리로 내뱉기에 뭔 큰불길이라도

올라오는가 싶어 뜨끔했더니만 피해야 할것은 우리 머리위에 있는 헬기였다.

빌어먹을 헬기...

불을 꺼본 경력이 있는 고참들은 일제히 피할만한곳으로 몸을 숨겼고 나같은

산불문외한은 가만히 서있다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여섯드럼의 물 압력을 그대로

몸으로 쳐 받아 아무 의미없는 황당한 미소만을 짓고있었다.

지금 젖은 몸 그대로라면 그냥 산불 난곳으로 걸어다니기만 해도 산불이

진화될것만 같았다.-_-;

이래저래 큰 불길은 거진 다 잡은 상태서 우리의 점심이 도착했다.

국수두드럼과 건빵한봉지와 음료수였다.

먹기 싫었다-_-;

멀건 국수와 건빵과 음료수를 뭐 어떻게 먹야할지 참...나...-_-;

불길을 거의 다 잡았다며 중대장이 윗 상관한테 보고를 하고 조금 한가해질려고

하는 순간...."어디서 이 바람이 불어왔는지...산넘어인지 바다건넌지 너무너무

얄미워...산이 다탄다! 확! 산이 다 탄다. 빌어먹을 바람~ 확!확!확!...."

아주 작은 아주 아주 미세한 불씨하나가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푸른산으로

훌쩍 뛰어 넘어갔고 3~4분도 채 안돼 아까 보았던 그 커다란 지겨운 빨간 불이

훨훨 피어 올랐다.

'니기미....오늘 집에 가긴 글렀다' -_-;

다시 세렉스 물을 끌어 올리고 헬기가 뜨고 우린 분주하게 세렉스 물을 펌프에

재 충전 시키고 진화작업에 나섰다.

저녁 6시......고등학교때 소풍왔던 이산..푸르던 이산이 순식간에 검은

재로 변했다.

어디 한곳 성한 푸른나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심코 밭두렁을 태우다가 작은불씨하나가 날아가 이같은 결과를 나은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4월5일날 다들 노는날 나무 심으로 간다고 불평불만을 하던

나였지만 지금 보이는 이 검은 산을 보니 그날 하루만큼은 어린 묘목들을

가슴에 안고 올라와 심어보는것도 보람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괜히 산불조심 산불조심 강조하는것이 아닌것 같다.

정말 생명죽는거 보는 만큼이나 산이 죽는것도 비참하다.

불은 다 껏지만 뭔가 이룬것 같은 보람이나 어떤 화려한 결과도 눈앞에

없었다. 다만 이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시커먼 언덕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산불조심하자.

승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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