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 황제의 꿈 ∫∫ (110/37569)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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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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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 황제의 꿈 ∫∫ (110/37569)

AVTOONMOA 0 5,189

십년 전의 일이었다.

그날 난 학교를 늦어 부리나케 뛰어가고 있었다. 손에는 신발주머니를 달랑
달랑 거리면서. 그런데 갑자기, 내 눈에 저 앞 아파트 2층에서 누군가 떨
어지는 것이 보였다. 세상에.

난 사람이 떨어진 곳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 곳 덤불 속에는 내 또래
로 보이는 어떤 아이가 팔 다리에 상처를 입고 누워 있었다. 떨어진 곳이
덤불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마 아스팔트로 떨어졌다면 죽었을 것이다.

" 괜찮니? "

" 응..나 좀 일으켜 줄래? "

" 그래. 어떻게 된거야? 왜 떨어진건데? "

" 응... 그냥. 한번 날아보?nbsp ?nbsp싶었어....."

.........

그렇게.. 우린 처음 만났다.



<2>

알고보니 그 녀석은 나와 같은 국민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중학교
도 같은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우연히 같은 반이 되었고, 또 우연히 짝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니 우연이지, 그 때는 그냥 어쩌다가 전에 만난 아이와
같이 앉게 되었구나 생각했었다.

이 녀석의 별명은 " 황제 " 였다. 뭐.. 요즘 도는 왕자병, 미지왕 그런 나
쁜 뜻의 별명이 아니라...정말 황제였다. 공부, 운동, 노래, 성격, 그리고
키와 얼굴까지 정말 어느 하나 빼 놓을 것이 없었다. 공부시간에 일어나서
발표하는 건 그 녀석 밖에 없었고, 체육시간에 농구를 하면 거의 팀득점의
절반을 혼자서 넣었다. 얼굴도.. 날카롭게 뻗은 콧날과 시원스레 생긴 눈이
멀리서 봐도 잘 생겼다고 느낄 정도로. 미술 선생님이 그림 그리겠다고 모
델을 해 달라고 했을 정도니까.

이러니.. 남녀 공학이었던 우리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가. 화장실 갔다오면 어느새 분홍색 편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복도를 지나가면 후배 여자애들이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겠다고 창문가로
줄줄이 머리를 내밀곤 했다. 아직도 생생하다. 발렌타인 데이날, 그 많은
초컬릿을 어떻게 처리 할 수가 없어서 결국 우리반 애들한테 10개씩
돌리고도 남아 쇼핑백 2개에 한가득 가지고 가던걸.

그리고...우연스럽지 않게 난 이녀석과 계속 짝이 되었다.



<3>

황제의 옆에선 누구라도 초라해 보였다. 더더군다나 초라한 놈이라면..
이녀석과 계속 짝으로 지냈고, 동네도 같은 동네였으니 결국 계속 같이
붙어다닐 수 밖에 없었던 나에게 황제란 놈은..열등감. 그 자체였다.

하루에도 몇통씩 되는 연애편지를 배달하면서, 같이 복도를 걸으면서 들리
는 여자애들의 환호성에서, 월요일 교장선생님 훈화시간에 나가서 상장을
받는 그녀석의 모습에서... 난 그렇게 점점 초라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열등감을 밖으로 표출한 적은 딱 한번 밖엔 없다. 후배 여자애
들이 황제의 사진을 찍겠다고 왔는데, 그 옆에 내가 앉아 있었다. 난 자리
를 피하고 싶었지만 그냥 앉아서 같이 찍으라는 말에 사진을 같이 찍었다.
그리고 얼마뒤... 당번으로 휴지통을 비우러 내려간 소각장에서 반으로 짤
려진 내 사진을 본 그날, 난 황제에게 분풀이처럼 그렇게 말했다. 다신 너
와 같이 다니지 않겠다고. 더이상은 나도 시종이 되지 않겠?nbsp 鳴?

그러나... 씨익 웃으며 내 등을 툭툭 쳐 주는 그 녀석과 어느새 난 집에
같이 가고 있었다. 벗어 날 수 없는 늪...이라는 생각과 함께.



<4>
그렇게 그 녀석과 난 계속 같이 지내가다, 고등학교를 서로 다른 곳으로 배
정받는 바람에 헤어지게 되었다. 난.. 속으로는 같은 고등학교가 되지 않기
를 얼마나 바랬었는지 모른다. 벗어나고 싶어서. 그녀석의 악마와도 같은
매력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도 내 삶을 찾고 싶어서....

하지만 생각해보면 황제 그녀석은 나 말고는 학교에서 특히 친한 친구는
없는 것 같았다. 하긴... 이 녀석 과 친구를 하고 싶어 하는 애들은 많았지
만 얼마 안가서 치밀어 오르는 열등감 때문에 결국 스스로 멀어져 가곤 했
으니까. 나도 황제 녀석과 하두 같이 다녀서인지 황제 말고는 친한 친구가
없었다. 서로 다른 친구는 없도록 친하면서도..만나기 싫어하는 사이. 그게
황제와 나 사이였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헤어지기를 바랬으면서도 어짜다가 길에서 만날라치
면 서로 무척이나 반가워 했다. 뭐..그렇다고 서로 얼싸 안는건 아니고, 그
저 넌지시 씨익 웃는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손은 슬쩍 흔들
고는 다시 제 갈길로. 그게 그 녀석과 내가 나누는 우정의 표현이었다.

그래도 학교가 다르니까 얼굴 보기 힘들었고, 대학도 다른 곳으로 가게 되
어 계속 조금씩 잊어가며 살아왔다. 그러다가..다시 내 인생에 황제의 인생
이 겹치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였다.



<5>

하필.... 그녀석을 다시 마주치게 된 것이 그 때 였을까. 지금 생각하면
이때 만나지 않았다면 나중에 그런 일도 없었을꺼라 혼자 생각해 보곤 한다

" 응...근데, 이제 우리 뭐 하지? "

" 글쎄.. 우리 동네 온 것도 오랜만인데, 한번 우리집 구경해 보지 않을
래?"

툭!

" 어? 어~! 야, 너 황?nbsp ┥틂? 와.....오랜만이다. 잘 있었니? "

" 오랜만이다. 자식. 키 많이 컷구나. 반갑다. "

" 그래....한 3년만인가..한 동네 살면서 얼굴 마주치기도 힘들다.정말."

" 이 분은 누구야? "

" 응. 아..인사해라. 내 친구 황제야. 그냥 황제라고 너두 불러."

" 안녕하세요? "

" 예, 안녕하세요? "

" 뭐냐, 같은 나이인데 서로 말 터."

" 그럴까. 근데..둘이 잘 어울리는데. 부럽다."

" 야~ 네가 날 부러워 해? 너야..줄줄이 걸리는게 여자 아니냐."

" 날 좋아하는 여자가 많으면..뭐하겠니. 내가 좋아해야지."

" 아이구..그래. 잘났 다. "

그리고 그날 이후로 우린 둘에서 셋이 되었다. 황제와 함께.



<6>

열등감이란..마치 쾌쾌묵은 된장항아리 같다. 열어보면 된장은 다 없어
졌다 해도 항아리의 냄새는 여전히 후각을 마비시키고 만다. 정말..이젠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셋이 어울려 다니면서 느끼는 나의 불안함은 상상하기 힘든 정도였다. 내
가 얘와 사귀게 된 것도 거의 목을 매달다 시피 하면서 따라다녀 겨우
사귀게 된 건데, 혹 얘가 황제에게로 가 버린다면..
하긴. 내가 여자라도 나보다는 황제를 택할 것이다. 황제가 선택해 주기만
한다면.

그러나.. 이젠 나도 열등감이란 걸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어서인지 셋이 만
나서 놀면 즐거웠다. 가만히 있어도 뭔가 말을 하는 것 같은 황제 녀석의
매력에 어쩌면 우리 둘 다 빠져 있던 걸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카리스마를 목말라 하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난 여전히 모순에 빠
져 있었다. 황제 녀석과 만나고 싶다는, 또 만나기 싫다는 중학교?㎖ 부터
계속 되어온 모순에.

그리고 그 날은 목요일이었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던 목요일.



<7>

오랜만에 우린 서울을 벗어나 춘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고속 버스는 평일이
라 그?nbsp 굽?nbsp빈 자리가 많았고, 덕분에 우리 셋은 맨 뒤의 좌석에 나란히 앉
을 수 있었다. 매일 답답하게 얽매였던 생활에서 빠져 나온 것 같아 우린
어린아이들 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리로 들어서는 오른쪽 코너를 돌자마자

할머니 한 분이 길을 무단 횡단 하고 있었고

피하기 위해 핸들을 돌리다

난간을 부수며 차는 강으로 빠졌다.

...........

..........

눈을 떠 보니 난 강가에 눕혀 있었고, 황제 녀석이 날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 괜찮아?"

" 응. 어떻게 된거야..."

" 차가 강으로 빠졌다. 넌 내가 업고 나온거구. "

" 다른 사람들은? "

" 지금 다시 구하러 가 봐야지. 우선 네 여자친구부터."

" 넌 괜찮아? "

이때.... 황제는 미리 알았을 지도 모른다.....

" 그래. 짜아식. 아, 나 너한테 말하고 싶은게 있어. 내가 지금까지 부러워
한 사람은 이 세상에 너밖에 없었다는 걸."

그리고...내가 어떤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리고 왜 하필 지금 그런 말을
하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황제는 다시 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난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8>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하필 황제가 나에게 그 때, 그런 소리를 했는
지. 그리고 내가 왜 부러운 건지.

가끔 그날처럼 비가 오는 목요일이면 혼자서 가만히 앉아 황제를 생각해
보곤 한다. 그 녀석의 웃음, 그 녀석의 행동, 그리고 이젠 정말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열등감을.

하지만 이젠 열등감 보다는 죄스러운 감정 뿐이다. 날 살리고 죽었다는 것
말고도.. 황제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 충실한 지에 대하여. 과연 난 황제
가 부러워 할 만한 사람인가.....아니. 그렇지 않다면 난 과연 황제가 부러워
할 만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오늘도 난 황제의 꿈을 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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