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버터빵] 움. 리움. 그리움. (121/37569)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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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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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버터빵] 움. 리움. 그리움. (121/37569)

AVTOONMOA 0 4,673

엄마 뱃속에서 세상 물정 모르고 잘만 뒹굴거리고 살던 시절,

난 분명히 무언가를 그리워 하고 있었슴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았다면야 놓칠 수 없는 끈을 부여잡듯 주먹을 꼬옥 쥐고

9개월을 기다려 처음 나와서는 그렇게 울어댈 리 없는 것이다.

떠지지도 않는 조그만 눈으로 주위를 확인하고 난 뒤

배꼽이 생기는 아픔도 제쳐놓은 채 내가 그리워 했던 사람이

여기 어디 없나 살펴보고는

비슷하게 생긴 "엄마" 라는 사람이 있지만

보면 볼수록 더 애절하게 그리운 그런 사람을 찾아보고는

그런 사람이 없음에 울었을 것이다. 서럽도록..서 럽도록 울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리움은 운명 지워진다.




< 움 >

국민학교 6학년때, 우리 반에는 욕잘하는 여자애가 하나 있었다.

그냥 남자애들이 조금 티껍게 굴면 바로 욕이 튀어나오는데

우습게도 난 그런 터프한 면이 좋았나보다. 우습지 않게도.

그리고 밤에 잠을 자면서, 학교를 가면서, 쉬는 시간에 창 밖을 보면서

몇몇의 그리움의 조건들이 만들어져 갔다. 그리고 그날,

꼭 절벽마냥 얼굴이 가파르게 생긴 그 애가 창밖을 바라보는 나에게

" 넌 맨날 창밖만 보니 왜? "

하고 물었을 때 그 단어 하나 하나들은 숨가쁘게 코딩되어

나의 대뇌에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깊이 박아놓고 말았다.

그리웠다.

밥을 먹어도 그리웠고, 숨을 쉬어도 그리웠고, 에라 똥을 싸도 그리웠다.

그러나 타고난 천성인가, 여자애한테 그리워한다는 말을 하느니

차라리 반성문 100장을 쓰고 말지 하던 나는 그냥 그리움을 꼭 꼭 감추었고

슬슬 그애를 피해다니게 되었다. 아프니까. 조금 덜 아프려고.

조금 덜 그리우려고....

그렇게 나름대로 태어날 적 꿈꾸었던 그리움이 바로 이런건가 보다 하고

스스로 생각이 깊은 줄 알았던 국민학교 6학년 바보 철부지에게

그리움의 끝은 빨리도 찾아왔 다.

" 여러분, 우리 경민이가 집안 식구들이 전부 일본으로 이민을 가게 되어

우리 곁을 떠나야 한대요. 경민아? 나와서 친구들한테 인사해야지?"

" 얘들아. 나 갈께. 안녕~~~ "

뭐가 좋다고 저 년은 저렇게 신나게 손을 흔드느냔 말이다.

갑자기 속에서 뭐가 울컥 하고 치밀어 올랐다. 너 이대로는 못간다.

내 그리움 물어주고 가라.

난 무작정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애들이 보든 말든 상관 없이

교탁을 내려오는 그 애 앞으로 다가갔다.

" 야. 경민아. "

" 어.. 왜?"

" 너... 저기...일본가면... 마징가 제트 꼭 소포로 보내!!. 알았?nbsp ?!! "

" 응~~ "

고작 이 이야기를 하려고 난 앞으로 뛰어갔던게 아니다.

내가 밤이면 느꼈던 그리움의 정체에 대하여

바람부는 하늘에 대고 괜히 날려보낸 그리움 몇조각에 대하여

난 그애 앞에서 책임을 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안된다고.

그러나 별 해괴한 말로 그런 그리움들은 표현되어져 버렸고

그 덕분에 나는 어쩌다 튀어나와 버린 "마징가 제트"라는 단어에

그리움을 덧칠해버렸나보다. 마징가 제트에 대한 고찰....

아무튼, 그 애는 그렇게 가버렸다. 나의 그리움도 왠걸, 중학교 올라가자 마자

씻은듯이 사?nbsp 竄?nbsp버렸다. 그래서 '움'이다. 완성되지 않은 그리움.

지금 다시 만나면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다.

" ... 너... 왜 소포 안보냈어? "




< 리움 >

그리움은 신비롭다. 말 한마디 못 나눈 건넌 마을 숙이에게도 느낄 수 있고

이젠 지겹도록 보아온 옆집 순이에게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족하다. 상대가 누구든 어떻게 시작되었든

그리움이 머리속에 박혀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젠장스럽게도.

그렇게 난 학원에서 처음 본 경희라는 여자애에게

그것도 제대로 본 것도 아니고 멀찌기 옆자리에서 어쩌다 눈에 띈 그녀에게

?nbsp 풔母?nbsp그리움이란 감정을 내맡기고 말았다.

그리움은 참 이상한 감정이다. 분명히 전에 겪었슴에도

새로 겪으면 언제 겪었냐는 듯 똑같은 감정에 괜히 아퍼하고

전에 분명히 아파했음에도

그리움에 대한 그리움에 잠 못 이루는 것이 그리움이다.

국민학교 6학년의 '움'을 아직 기억하는 고등학교 1학년은

벌써부터 ' 다신 아프지 말아야지 ' 하는

연애 백패의 노장같은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어쩌다 마주친 그애때문에 산산조각 나 버렸으니

너도 책임져라. 내 그리움 물어내!

그렇게 또 다른 그리움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그리움의 마지막 주문이 완성되어 버린 건

집으로 가는 학원 차 안에서였다.

내 앞에 앉아있던 그녀. 차가 흔들릴때 마다 스치는 무릎과 무릎.

그녀와 나는 무릎과 무릎 사이.

난 너의 머리카락의 향기로움에 취하고

너의 눈빛의 아스라함에 빠져들고

너의 손길의 부드러움에 녹아내려버렸다.

그렇게 무슨 일인지 아무것도 눈치 못채는 어여쁜 여자애와

얼굴이 빨개져서 앞도 못 쳐다보고 고개를 팍 숙이고 있는

떠꺼머리 남자애는 그리움으로 맺어졌다. 일.방.적.으.로.

하지만 일방적인 그리움이 어디 좋게 좋게 끝나랴.

어느날 학원을 나오다

그녀의 하이얀 손이

나보다 잘생기고 나보다 키도 크고 나보다 옷도 잘입고 나보다 눈도 더 큰

어떤 아이의 손에 꼬옥 쥐어져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그날 학원에서 집까지 3시간을 뛰어온 걸로

나의 그리움은 눈물과 땀으로 뒤범벅 되어

날아가 버렸다... 어디론가.

그 뒤로 그녀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전에 어떤 애가 자신에게 그리움을 느꼈는지 어쨌는지 그녀가 알게 뭐냐.

그래서 '리움'이다.

'그'가 빠진 그리움.

혼자서만 느끼는 그리움....




< 그리움 >

사랑이란 말이 난 두려웠나보다.

그래서 굳이 사랑이 란 말 대신에 그리움이란 말로 대신해 버리고는

그래서 사랑보다 오래가는 그리움에 상처받고

그래서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어느 8요일의 밤이면

그래서 남모르게 상처입은 짐승처럼

고이 고이 내 상처를 혀로 핥고 있나보다.

이젠 아프지 말아야지.

이젠 그리워 하지 말아야지.

이젠 그리움을 그리워하지 말아야지....

안녕.





< 끝 >



추신: 처음으로 온라인 상에서 쓴 글입니다. 1시간동안 온라인에서 글을 쓴 건
처음이라 아무래도 전화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화비
고지서가 날아오는 날, 괜히 밤늦게 내리?nbsp ?nbsp비에 그리움을 마셔버린
어느 청년은 어머니의 회초리에 아픔의 눈물을 흘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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