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우누리 』][버터빵] 화이트 크리스마스 대작전 (8686/37666)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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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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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 나우누리 』][버터빵] 화이트 크리스마스 대작전 (8686/37666)

포럼마니아 1 6,662

" 따르르릉~ 따르르릉~. "

딸깍.

" 네, 기상청 정보센터입니다. "

" 저기요,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나요? "

" 서울 경기 충청 지방은 5%, 강원 산간 지방은 10%로 예상되고 있습
니다. "

" 온다는 얘기예요, 안 온다는 얘기예요? "

" 거의 안 온다는 얘기죠. "

" 휴... 네. 고맙습니다. "

딸깍.

휴... 또 한숨이 나왔습니다. 벌써 똑같은 전화를 몇 번째 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는 안 들키려고 목소리를 좀 바꿔서 걸고 있긴
하지만, 아마 다 알 겁니다. 똑같은 애가 똑같은 소리 계속 하는 걸
말이죠.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다구요.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
는 심정으로, 시험 전날 술 먹고 들어와 시험 시작 10분 전에 컨닝페
이퍼라도 만드는 심정으로, 이제 그만 좀 따라다니라고 냉정하게 말하
고 돌아서는 미경이 옷깃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렇게 저는 크리스마
스에 눈이 오기만을 바라고 있으니까요.

말하다 보니까 그냥 나와 버렸는데요, 제가 이렇게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기를 바라는 이유가, 실은 미경이 얘 때문입니다. 성은 박이구 이름
은 미경인데, 생긴 것도 너무너무 이쁘구 목소리도 너무너무 이쁘구
손도 너무너무 이쁘구 몸매도 너무너무 이쁘구... 아웅. 이뿌다. 아무
튼, 다 이쁜 아입니다. 제 친구들은 차라리 가수 박미경이 낫다고 하
면서 넌 어떻게 그런 애를 좋아하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제 눈에는 얘
보다 이쁜 애 없다 이겁니다. 대학교 들어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
화 사회 수업 끝나고 학생회관에서 자판기 커피 뽑아먹고 있는데, 친
구들과 함께 웃으면서 휴게실로 들어가던 어떤 여학생을 보는 순간 전
맛이 갔어요. 뜨어. 저렇게 괜찮은 애가 우리 학교에 있다니. 그날 이
후부터 전 제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그 여학생의 이름과 나이와 과와
주소와 전화번호를 다 알아 냈고, 조심조심 접근하여 어떻게 인사까지
하게 되고 이리 저리하야 친구로까지 지내게 되었는데... 그 다음부터
는 진척이 없었어요. 미경이는 저를 그냥 재미난 애라고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미경이가 알기로는 제가 미경이 친구의 친구로 우연히 만
난 걸로 알고 있지만, 그걸 위해서 친구한테 제가 밥을 몇 끼 사줬는
지 알면 아마 그러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결국 며칠을 고민한 끝에
그저께 미경이를 불러 내서 고백을 했죠.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얼마
나 떨리던지.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겨우 서서 미경이한테 얘기를 했
죠. 숨을 몰아쉬면서,

" ... 저기... 나... 너...... 그러니까...... "

" 좋아한다구? "
뜨아.

" 으응... "

" 흠... 그 말이 맞구나. "

" 뭐가? "

" 진영이가 그러더라구. 너가 나 좋아해서 소개시켜 달라구 그랬다구.
친구로라도 좋으니까 소개만 시켜달라구. "

뜨아!!!! 이 놈이 말을 다 했었던 거구나!!!

" 근데...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난 너가 친구로서 있었으면
좋겠어.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난 아직 애인 사귈 마음이 별
로 없거든. "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오 마이 갓...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습니다. 어케든 해봐야죠.

" 저기... 그럼... 내가 너 애인이 될 방법은 아예 없는 거니? "

" 지금은 그래. "

" 그럼 너 크리스마스에 혼자 지낼 거야? 혼자서? 애인도 없이? "

" 뭐... 크리스마스라고는 하지만 분위기도 별로 안 나구... 눈이나
오면 모를까. 별로 관심 없어. "

" 자, 잠깐. 눈이 오면 되는 거야? 눈이 오면 애인하고 지내고 싶냐구! "

" 어... 뭐... 그런 셈이긴 한데... "

" 그럼 너 크리스마스에 눈 오면 나랑 같이 지내는 거다. 응? 응? "

" 그런데 요번 크리스마스에는 눈 안 온다던데? "

" 아무튼!!!! 알았지? 그럼 나 간다. 눈 오면 나랑 만나서 지내야 돼.
약속했다. "

" 야, 그런 게 어딨어!! "

" 약속했어!!! 그럼 잘 있어. 크리스마스 때 보자. "

황당해하는 미경이를 뒤에 두고 전 도망치듯이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기는 했는데, 정말로 막막하더군요. 그날부터 지금까지 기상청
하구 기상정보 나오는 700 서비스하고 시간 날 때마다 전화를 해봤지
만 언제나 대답은 한결 같았어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해 쨍쨍 납니다.
눈 절대 안 와요. 냠... 눈이 와야 되는데... 눈이 어떻게든 와야 되
는데... 어떻게 오게 하지... 어떻게...

진짜 별 생각 다 했습니다. 스키장에 있는 제설차를 빌려올까 생각도
했었는데. 진짜로 전화도 해봤어요. 전화책 찾아서 스키장 전화번호
나와 있는 거 보고 전화해서 그랬죠. 제설차 하루 빌리는 데 얼마냐구.
그랬더니 피식 웃는 소리가 나더니, 요새 이런 전화 많이 오는데,제
설차 하루 빌려 주는 거야 뭐 가능할 수도 있지만 크리스마스면 스키
장은 제일 손님 많을 땐데 제설차 빌려 주고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고...
그렇게 대답을 하더라구요. 이런 전화가 많이 온다라... 저 말고도 크
리스마스에 눈이 와야만 하는 사람이 꽤 많은가 봐요. 하긴 화이트 크
리스마스가 되면 돈을 몇 억을 준다든지, 차를 준다든지, 집을 준다든
지 하는 경품행사도 신문에 나오던데요.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눈 오면
신날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저만 할 리는 없을 거예요. 아아... 하
느님 제발 눈 좀 내려 주세요. 많이도 필요 없고 그냥 눈 내리는 거
보이기만 하면 되는데. 눈 내리게 제사라도 지내 볼까... 그럼 그건
강설제라고 해야 하나. 눈 내려라 눈 내려라 눈 내려라 눈!!!

그리고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하루종일 예
전에 보고 또 봤던 영화나 틀어 주고, 거리를 걸으면 가수들이 내놓은
캐롤송이 들리기는 하는데... 으으으... 눈은 안 오는 겁니다!!햇볕
쨍쨍!! 모래알은 반짝!! 올해 겨울은 열라리 춥다고 하더니 하나 춥지
도 않구... 눈도 엄청 많이 온다구 하더니 오지두 않구... 너무해...
눈이 와야 어떻게 미경이한테 연락이라도 해볼 텐데요. 방에서 이리저
리 왔다갔다 안정을 못하고 있으니까 우리 엄마가 그러시데요.

" 아따, 이놈아. 정신 산란하니깐 좀 앉아 있어라. 무슨 재수 옴 붙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돌아댕겨... "

그 순간 번쩍 떠오른 생각~!!! 바로 이거다~!! 재수 없는 거!!!

생각해 보세요. 재수 없을 때 뭐 하죠? 소금 뿌리죠? 초상집 갔다오면
재수 없다고 문 밖에서 소금 뿌리잖아요. 바로 요 소금이 생각난 거라
이겁니다. 전에 어디 텔레비전 프로를 보니까 선전을 찍을 때 눈이 필
요하면 알이 굵은 소금을 뿌려서 해결한다고 하더군요. 그게 왜 이제
야 생각이 났는지. 저는 얼른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래
서 아는 형이 하는 까페로 가서 사정을 얘기한 후, 까페 옥상에서 친
구들을 시켜 제가 사인을 하면 준비된 소금을 창밖으로 떨어뜨리는 것
으로 결정을 했어요. 물론 소금은 서너 푸대를 시장에서 사왔죠. 이것
도 어렵게 구했어요. 애가 소금 몇 푸대를 사가니까 이상한 눈길로 쳐
다보더군요. 오줌 싸서 소금 얻으러 온 애 쳐다보는 것처럼. 아무튼
그렇게 계획은 급하게 진행되었고, 좀 어두워져야 밖에 구름이 끼였는
지 맑은 건지 모를 테니까 밤에 약속을 잡기로 했어요. 그리고 안의
온도를 높여서 유리창에 서리를 끼도록 했어요. 창밖이 훤히 다 보이
면 반짝이는 별들도 보일테니까... 구름 한 점 없는데 눈이 올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대충 준비를 끝내 놓고, 전화를 했습니다. 미경이를
불러야죠.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 미경이니? 나... "

" 누군지 알어. 근데 오늘 눈 안 오는데? 오늘 눈 오면 연락한다고 하
더니... 눈 안 와도 연락하네? "

" 일단, 지금 시간 있니? 지금 시간이 6시니까... 내가 저녁이라도 사
줄게. 응? 만나자. "

" 글쎄... 나 오늘 저녁에 친구들 만날 것 같은데... "

" 야야, 그러지 말구 잠깐만 보자.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응? "

" 그래 그럼. 그 대신 애인 어쩌구 하는 얘기 하면 안 된다. 눈도 안
왔으니까. 알았지? "

" 그래, 알았어. 여기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니까, 이리루 와라. "

" 그럼 기다려. 갈 테니까. 끊는다. "

" 응. 빨리 와~. "

딸깍.

얘기는 잘 되었구... 그러고 보니 이 까페 이름 한 번 기가 막히네요.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 어디 한 번 눈내리는 마을로 만들어 보죠 머.
그리고 창이 보이는 까페에 앉아 30분 정도 기다리니 미경이가 들어오
는 것이 보였습니다. 좋았어. 작전 개시다. 지금 옥상에서 소금 푸대
를 들고 벌벌 떠는 친구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했지만, 한
달 동안 밥 사주기로 한 걸로 따지면 그리 아깝지는 않을 겁니다.

" 미경아, 여기야. "

" 그래. 오래 기다렸지? "

" 아냐 아냐. 앉아. 저 아저씨, 여기 커피하구... 미경이는 뭐 마실래? "

" 나도 커피 줘. "

" 그래. 커피 두 잔 주세요. "

그리고 다른 얘기 하다가... 이제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았어요. 우선
서리가 껴서 밖이 하나도 안 보이는 창문을 닦고...

" 그런데 밖이 하나도 안 보이네. 좀 닦자. "

쓱 쓱 쓱.

" 뭐 보여? 혹시 너 눈 내리는 거 아직도 바라고 있는 거야? "

" 글쎄... 모르지 또. 눈이 내릴지. "

" 아까 올 때 보니까 하늘 맑기만 하던데 뭐. 별만 초롱초롱하더라. "

" 갑자기 구름 몰려서 눈 내릴지도 모르는 거야. 너 근데 눈 내리면
정말로 내 애인 하는 거다? "

" 눈이 내릴 리 없으니까, 그래. 눈 내리면 내가 너 애인한다. "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저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도록 라
이터를 두 번 깜빡 깜빡 켰어요.

" 뭐하는 거야? 너 담배 펴? "

" 아니... 그냥 라이터가 있길래 켜지나 해서... "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척하면서 창 밖을 힐끔힐끔 보는데... 그래. 이
거다. 와... 정말 눈이랑 똑같더군요. 저게 소금이라고는 절대 생각
못 할 겁니다. 우선 놀라는 척을 하고,

" 아아아앗~~!!!!!!!!!! 미경아~!!!!! 저거 좀 봐~!!!! "

" 뭐? 어... 어머! 눈 내리는 거야? "

" 이야아~!! 눈이 내리네? 오호... "

" 이상하다. 아까만 해도 맑았는데. "

" 자연의 힘이란 사람이 알 수 없지! 눈이 내리는구만... 흐음... "

미경이는 계속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갸웃거렸습니다. 당연하
죠. 눈 내리면 얘 애인 해주기로 했는데 정말로 내렸으니까요. 잘한다
형철이, 석호, 태영아!

" 그럼.. 약속을 지키는 거다? "

" 휘유...... 그래, 그럼. 어차피 눈도 내리구... 그래. 뭐 애인하고
같이 보내는 것도 좋겠지. "

" 그럼 그럼. 음화화화홧~!!! 그럼~!! "

" 우리 밖으로 나가자. 나 저 눈 맞아 보고 싶어. "

뜨어~!!!!!

" 뭐...뭐? 야, 밖에 추워. 나가긴 어딜 나가냐... 그냥 앉아서 얘기
나 하자. "

" 나갈래. 추워도 좀 참지 머. "

" 에이, 그러지 말구... 눈 맞아 봤자 머하니. 응? 나가지 말자. "

" 너 어쨌든 내 애인이면 이런 거 들어 줘야지. 어려운 일도 아닌데...
같이 나가자. 응? "

그리고 미경이는 내 팔을 붙들고 끌다시피 까페 문으로 향했습니다.
안 돼... 안 돼... 이제 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난 뺨 맞고
나동그라질 거야. 안돼... 안돼~!!!

끼익.

드디어 문이 열렸습니다. 전 눈을 감아 버린 채 두 손을 꽉 쥐고 긴장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미경이의 비명이 터져나오겠지. 안 돼...

" 자, 우리 걷자. "

" 응? "

" 걷자구. 눈 맞으면서. "

" 어... 잉??? "

전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 보이는 건... 하얀 눈이 덮인 길이
었어요. 이럴 수가... 진짜루 눈이 내리고 있던 거야 그럼? 아까 저게
진짜 눈?

" 자, 너 이제 내 애인이니까 잘 해. 알았지? 우선 내 애인으로 첫째
할 일은, 팔짱 끼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 오는 길을 같이 걷는 거
야. 자, 가자. "

미경이는 제 팔짱을 끼고 길을 걸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행복할 수
가 없었습니다. 진짜... 진짜... 행복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행복하구
요. 아마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제게 최고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제 애인이 된 눈처럼 어여쁜 미경이를... 죄...죄송합
니다. 닭살 돋아도 이쁜 건 이쁜 겁니다. 우힛. 그럼 전 또 미경이 만
나러 갑니다.

해피 화이트 크리스마스~!


에필로그 : 형철이, 석호, 태영이 이놈들 옥상에 소금 놔둔 채 춥다고
튀었더군요. 나아뿐 놈들... -_-;


추신: 덥네요. 그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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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AVgirl쭈리❤️ 21-10-28 22:13
그냥 키스 몇번만 해줘 그거면 돼 아냐 그냥 손만 잡자 어 그냥 섹스도 하자 그냥..그냥 심심하잖아 진지하게 듣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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