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승빈] 야채호빵의 비애 (1844/37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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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승빈] 야채호빵의 비애 (1844/37581)

포럼마니아 0 3,138

안녕하세요? 승빈입니다.




"야채호빵이 사람하나 잡는다" 라는 말을 들어봤습니까?
그런말이 어딨어 병신아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우선 제 이
야기를 보시고 난다음에 한번 깊이 생각해보도록 하십시다.
그럼 이야기 시작합니다.






???????????? 야채호빵의 비애 ????????????



"D-time...D-time...D-time..."

지상의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 고요했다.
그의 잠재되어있는 폭발물이 눈빛으로 하나 가득히 나타나자 주위에 사람들은
뭔가에 사로잡힌것처럼 우두커니 서서 두눈만 긴장을 감추지 못한채 깜빡이고
있었다. 입술은 고도의 긴장을 말해주려는듯 하얗게 하얗게 말라있었다.
날아다니는 미약한 생물체들조차 이 엄숙함에 고개숙인듯 보이지 않는 그늘에
숨어 앉아 있었다.

"D-time...D-time...D-time..."

이제 그 둘의 눈빛은 강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두손을 불끈쥐어 무언가를 들러멘다.

이제 그중하나가 시계를 올려다 보더니 달관의 표정을 지으며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다. 모든게 끝이라고....

"10...9...8...7...6...5...4...3...2..."












"퇴근이닷 ! ! !"

그렇다! 다섯시인것이다!-_-;
오늘도 김병장과 강일병은 도시락 가방을 울러메고 동사무소를 나선다.
오후 다섯시. 이 얼마나 야릇한 시간이란 말인가.
버스정류장까지 룰루랄라 걸어가 주위를 살폈다.
우리와 같이 버스를 타게 될 행운의 여자들이 오늘은 어떤 여자들인지
미리 검사해볼 시간이었다.
전과 다름없이 김병장과 난 34초의 정적시간을 가졌다.
35초째 우린 마주봤다. 동시에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_-;

"형...다음차 탑시다-_-;"

"그래야겠지?-_-;;"

유례없던 폭격이 그곳을 가하자 우린 잠시 그곳을 피해 다음버스가 올때까지
오뎅을 먹기로 했다. 요즘따라 엿같이 추워진 날씨에 뜨거운궁물에 담겨진 오
오뎅이란 화이트데이날 사랑하는 여편네로부터 받는 사탕과도 거의 맞먹는 이
쁜모습을 가졌다 할수 있겠다.
앙증맞은 오뎅의 허릿살을 간장에 듬뿍찍어 덤성 베어무니 늦은 5시의 출출함을
한꺼번에, 그리고 이 쌩추위를 한꺼번에 날릴만한 맛이었다.
오뎅을 다 먹은 김병장이 갑자기 전방 5M에 위치해있는 가출한 박스를 하염없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가만보니 안성탕면 박스였다. 안성탕면박스에 깊은 사연이
있는듯 김병장은 계속 그 박스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야 승빈아 우리 꽁초 저안에 넣기해서 저기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야채호빵 내기하자."

"음...-_-;"

개성이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날 할말을 잃게 만들
정도일줄은 몰랐다. 세삼 김병장이 낯설어보였다.-_-;

결국은 했다. 연배가 많은 고참을 선수로 떠밀었지만 끝끝내 주먹을 쥐며
"X발년 먼저해"라고 겸손하게 사양하는 바람에 내가 먼저 던지게 되었다.
손끝에 기를 모으고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 보란듯이 가볍게 넣을려고 했지만
추워서 기고 나발이고 없었다. 나의 손을 벗어난 오마샤리프 꽁초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척하더니 바람에 밀리어 부메랑처럼 내 발앞에 툭 떨어졌다.

"훗..."

김병장이 예상했다는듯이 가볍게 비웃더니 자세를 잡았다.

"휘익~"

김병장이 던진 오마샤리프 꽁초는 분명 내가 던진 꽁초랑 같은 제조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날아가는 폼이 완전 달랐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꽁초는 안성탕면
박스안으로 쏙 빨려들어갔다.

주위에 사람들이 점점 피하기 시작했고 가끔 던져줄 동전을 꺼내려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린 생깠다. 괜히 빵위겠는가 후;;

약속대로 졌으니 야채호빵을 살수밖에 없었다.

"아줌마 야채호빵 두개나 주세요."

호빵처럼 정겹게 생기신 아줌마가 연탄집게 같은걸 들고 나오더니 야채호빵
두개를 집어 우리에게 건넸다. 내 손에 야채호빵이 들리워 지는 순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에 너무 기뻐 하마트면 침을 호빵위에 흘릴뻔했다.
"아."하고 입을 벌려 호빵을 깨물려고 하는 찰나! 버스가 왔다.

"제기랄...이를 어쩌지..."

"아줌마 비니루하나만 줘요."

우린 아쉬웠지만 야채호빵두개를 비니루에 싼뒤 내 도시락 가방에 넣고 버스에
올라탔다. 마침 뒤에 자리가 비어있어서 김병장과 난 나란히 앉을수 있었다.
한코스가 가기 무섭게 김병장과 난 눈이 마주쳤다. 버스가 달리는동안 우린 줄곧
같은생각을 하고 있었던게다. 바로...야!채!호!빵!

"야 못참겠다 먹자;;"

"그럴까요..."

뒷자석이라 보는 사람도 적었고 또 내리면 다 식을 가망성이 짙었기에 우린
야채호빵을 꺼내서 먹기로 했다.
아무생각없이 대학교때 가지고 다니던 가방(현재 도시락 가방임-_-;)을 열었다.
반찬냄새가 은근히 풍겨왔다. 얼릉 꺼내야겠다 싶어서 호빵 봉다리를 잽싸게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뭔가 묵직한게 딸려올라왔다. 내가 처음 낚시를 해서
붕어를 잡아 올릴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호빵이 부었나? 꽤 묵직해졌네'

라는 생각을 0.9초동안 하면서 다른의심은 전혀 하지 않은채 마지막 힘을 줘
호빵봉다리를 "휘익" 들어 올렸다.

"부우웅~"

"와앗!-_-;"

철제물건 하나가 내 가방으로부터 빠져나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물건이 버스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이..이럴수가!-_-;"

내 도시락이었다-_-; 차마 글로 옮기기도 부끄러운 순간이다.;;
요즘 날이 추워져서 마침 보온도시락인지라 둥글둥글해서 잘도 굴러갔다.
옆에서 야채호빵만을 바라보고있던 김병장은 같이 날아가버려 버스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버린 야채호빵과 굴러가는 내 보온도시락을 번갈아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버스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굴러가고있는 도시락을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약속이나 한듯이 모두들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악"하고 불길이 내 면상에 올랐다. 진짜 벌겋게 달아올랐다-_-;

"아...도시락아..."

아...좀더 괜찮은 대사가 있었을텐데....그 상황에선 아무생각도 할수 없었기에..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아 도시락아..." 라니... 너무 추했다.

가방을 바닥에 떨어뜨린채 도시락을 줏으러 앞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가방에서 젓가락과 숟가락이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바닥으로
떨어졌다. 진짜 달리는 버스에서 창문열고 뛰어 내리고 싶었다.-_-;

옆에 있던 여자가 "그래 너 방위인거 알아 아니까 그만해" 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 앞에 앉은 아저씨는 "반찬통은 안보이네?" 라는 표정으로 즐겁게
웃으며 날 쳐다봤다. 모두들 하나같이 내겐 악몽으로 남을 표정들이었다.

하여간 난 지금 저기 매정하게 날떠나 굴러가는 보온도시락통을 잡아야만했다.
다행히 정신을 차린 김병장이 내 젓가락과 숟가락을 수습해주었다.
요금통까지 굴러가 쿵하고 쳐박힌 내 보온도시락통이 타는곳 계단으로 통통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앞으로 17개월을(겨울만) 더 써야하는 내 보온도시락통이
완전 개박살 나는 순간이었다.

계단까지 내려가서 도시락통을 손으로 집자 이제 일어서서 돌아갈일이 까마득
하기만 했다. 오늘따라 버스는 왜 이리도 길어 보이는지...왜 하필이면 제일

뒤에 앉았을까...이건 마라톤이다 진짜. 뒷자석까지 걸어가는동안 아무생각도
없었다. 단시 이 버스가 침몰되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내리는곳"문까
지 걸어왔을때 잠깐했었던거 같다.

힘겨운 인생의 로드를 걸어왔다. 드디어 김병장이 내 눈앞에 보이는것이다.
최고의 위안.....같은 방위! 그제서야 난 조금이나마 안도의 한숨을 쉴수 있
었다. 그때였다.

"아저씨 뚜껑이요."

"음?-_-;"

휙...가슴에 품고 있는 보온도시락통을 내려다보니 밥통이 뚜껑이 없는채로
방긋 웃고 있었다. 고개를 힘없이 돌려 앞쪽을 바라봤다. 현기증이 일었다-_-;
후...하지만 어쩌겠는가. 힘없이 걸어 뚜껑이 있는곳까지 가니 진명학원 앞에
선 버스에 여학생들이 우루루 타는것이 아닌가T.T

거의 본능적으로 화들짝 놀라며 뒤로 약간 주춤거렸다.

"자..잠깐만요...실례좀 할께요...잠깐만요..."

버스에 올라타려는 여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 도시락뚜껑을 집은채
뒷자석으로 내달렸다.
김병장이 날 측은한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김병장의 가방도 엎어서 나와
같은 실체란걸 모든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었지만 살고는 싶었다 그래도..
뚜껑까지 가져오자 이제 일은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아무리 마무리가 되었기로서니 어떻게 이버스에 더 타고 있겠는가-_-;
아까부터 날 봐오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웃음을 참는다고 저마다 숨을
"꺽꺽"거리는 소리가 날 더 슬프게 만들었다.;;

"형 내립시다.-_-;"

"그럼 타고 있으려고했냐-_-;"

아직 여학생들은 방금전 일어난 추한 사태를 모르니 그래도 한결 나았다.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려는순간 뭔가가 내발에 차여 날아갔다.

"때땡태댕"

"엇-_-;"

어디서 많이 본 쇠막댄가 했더니 내 젓가락이었다-_-;

"형-_-;"

"아...난 니가 젓가락 하나만 가져온줄 알고...안보이더라...-_-;"

난 형을 원망스럽게 쳐다볼 여유도 없었다. 잽싸게 젓가락을 줏어서 겉옷주머니
에 찔러넣었다. 양옆에 있던 여학생이 저만치 피해갔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 가는길에 강둑에 앉아 담배하나를 물어 흐르는 강물을 바라
봤다... 강가 옆으로 똑같은 모양의 집들이 나란히 저녁불을 켜놓은채 늘어져
있었고 그위엔 초승달과 별두개가 나란히 떠 있었으며 다리위의 가로등까지
어울어지니 진짜로 동화속의 한폭의 그림같았다.

난 매일 퇴근할때마다 여기 이 강둑, 내가 표시해놓은 이 자리에 앉아서 담배
몇가치를 피다가 간다. 근데 이제 너무 추워져서 이짓도 할게 못될거 같다.

난 일어서 집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웬지 걷기 싫어서 달렸다.
도시락이 흐르지않게 가방을 꼭 잡고서 말이다.....후



승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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