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우누리 』]♨불기둥♨ 용사 (30816/37850)

추억의 유가촌(유머가 가득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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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촌 레전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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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 나우누리 』]♨불기둥♨ 용사 (30816/37850)

포럼마니아 0 4,949
용사.

처음에 나의 기괴한-_-처신에 힘겨워하던 선임과 장교들은

나날이 빠져만가는;;; 다른 신병들을 느끼고 나서는


"너 현역으로 바꿀 생각 없냐?

너같은 후임만 오면 걱정이 없겠다." 라고 말한다.


미안하지만, 나에게 퇴근이 없다면-_-

내가 무슨 보람으로 그렇게 각 잡고 다니겠는가.


"나는 오후 다섯시까지만 형사야.

그래서 난 지금 널 도와줄 필요가 없어."

- 이이다 쿄야, '지뢰진' -


내가 현역이 되는 즉시 나는 군기없음의 표상이 되어버릴테다;;;


어제 나는 게임방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하던 도중

우리 대대 선임 상근; 병의 전화를 받았다.


"형 서울대입구에요. 나오실수 있죠?"

"네! 이병 안중호. 즉시 나가겠습니다!"


이발비를 절약하기 위해 서로서로 깎아준;

흉한 죄수 머리의 츄리닝 청년 세명과

해병상근 중호는 서울대 입구역에서 만났다.


"형이 너무 좋아서 술 살려고요. 소주요 맥주요?"


"출근; 해야 하니 맥주가 좋습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말씀 좀 낮추십시오!;;;;;"


"아 형, 밖에서 만날땐 반말 해요~"


"안됩니다! 버릇 들면 곤란합니다!"


".......형;;;;;;;;;"


흉한 죄수머리의 81년생; 선임병님;;들과

스물 일곱 먹은 막내;; 안중호는

떠들썩하게 대화하며 서울대 입구의 웬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김상병님이 말입니다~"


사람들은 다 우리를 피해다녔다;;;;;

그들-_-의 나이는 스무살인데

그들의 말투만은 완벽한 군바리.

사복 군인인것이 분명한 세명 사이에

막내; 안중호가 해병대 제복을 입고 끼어서


좀 먹으라고 권하면 즉시

"감사히 먹겠습니다!"

옆에서 툭 건드리면 바로

"네! 이병 안중호!"

몇잔 마시다가 갑자기 기립하여

"이병 안중호, 선임님께 용무있습니다.

....화장실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를 습관적으로 반복하니;


웨이트레스 들은 절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았고-_-

저 멀리 테이블에서 여자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 해병대 너무 싫어."


음; 예상했던 반응이긴 했으나.


우리 대대에는 일년전에 나랑 동갑인 75년생; 한명이

먼저 들어왔다고 한다.

나이가 많다는 뽀대를 존나 내면서

지시할때 딴청 피고, 작업할때 멀리서 가만히 있고.

보다 못한 병장이 "야 너 경례 안하냐?"


"...꼭 해야 합니까?"


-_-;;;;;;;;;;


그순간 그녀석은 전 부대에서 따 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또 나이가 많은 내가 후임으로 들어와서

그때가 반복될까...참 곤란해 했던 모양이지만


-장자가 여행을 다니던 도중, 변경에서 한 여인숙에 묵었다.

그 주인에게는 아리따운 첩과 못생긴 첩이 있었는데

못생긴 첩을 어여삐 여기는 것을 보고 장자가 궁금하여 묻자 주인이 말했다.-

"아름다운 첩은 자기가 아름다운 것을 알고 교만해하니,

나에게는 그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습니다.

못생긴 첩은, 자기의 외모가 빼어나지 못함을 알고

스스로 삼가고 겸손해하니, 나에게는 그 추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 장자, '내편' -


...내가 먼저 내 계급을 알고 내 자신을 낮추니

그들은 민망할정도로 내 나이를 쳐준다.

마지막 술값 계산할때, 지갑 꺼내면 말릴줄 알고

화장실에서 미리 꺼내놓은 이만원을 손에 쥐어주며


"선임님들, 술값 보태십시오." 라고 했는데


그들은 내 말에, 드디어 막내가 들어왔다는 자부심으로 불타올라;

가슴을 활짝 펴고


"아냐! 막내는 돈 내는거 아냐!!!" (-_-;;)


라면서 날 극구 만류했으니;;;

이거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_- 난감했다.

맥주 한잔 놓고 30분정도 얘기만 하다가, 그들은 일어나며 말했다.


"형 먼저 들어가. 내일 출근;하잖아."

"아닙니다. 아쉬운데 소주 한잔 더 안되겠습니까?"


그들은 잠깐 의논을 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형, 우리가 늘 가는덴데 진짜 죽여줘. 놀랄꺼야.

쟤들 둘은 안주랑 준비해서 좀 늦게 올테니 내 뒤에 타."


일병은 옆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만득' 이라고 쓰인

50cc 스쿠터를 몰고와서 나에게 타기를 종용했다;;;


"이게 내 애마 만득이야. 존나 잘나가." (-_-;;)


부우웅~ 겨울 바람을 가르며 우리는 존나게 달렸다.

해병대복 입고 이 존만한;; 스쿠터 뒷자리 타면 안되는데;;;;;

숭실대 입구로 오더니, 구멍가게에서 소주 두병을 사고는

어디론가 한참, 존나게 올라간다.


"형, 봐."


내 앞에는 서울시내 전 야경이 죽여주게 펼쳐져 있었다.

저기는 63빌딩. 저기는 남산 타워.

조그만 나뭇가지 하나의 방해도 없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야산의 꼭대기에 있는.

서울 전체를 바라보는 대략 열평 가량의 빈 공터.

그 한가운데에 우리는 섰다.


"여기 높이가 관악산보다 더 높아.

형, 영화 '비트' 봤어? 거기서 한 공원에

고소영이 앉아 있으니까..

정우성이 뿅카 타고 와서 존나 후까시 잡자너.

거기가 바로 여기야. 경치 죽이지?

여기 아는사람 거의 없어. 근데 우리는 이동네 꽉 잡고 있거든."


나는 행복했다.

근처 건설현장에서 못쓰는 장작개비를 몇개 구해와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오징어회 안주에 소주 두병을 네명이서 마셨다.


방범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왔다.


"아 여기서 불 피면 안됩니더~"

"동네 선배가 해병대 갔는데 휴가 나와서 한잔 하는거에요. (-_-;;)

추워서 불 폈는데 정리 확실하게 하고 갈께요."

"아 그런교? 알았시다. 불 끄고 다 치우고 가소."


음; 해병대가 이런데서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저희가 동네 방윈데 내일 출근 안해도 돼서 잠깐 한잔;;;"


에 비하면 훨씬 설득력 있는 대사긴 하다;;;;;


얘기 몇마디 나누다, 졸음이 쏟아져서 일어섰다.


"저어 여기..."

"형 이거 뭐야?"

"술값 보태드리고 싶은데 돈은 안받으시길래...."


나는 구멍가게에서 썸싱 스페샬 조그만거 한병을 꺼내 내밀었다.


"...고마워 형. 잘먹을께. 우리 술먹어서 운전 안되거든?"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걸어서 바래다줄께."


그들은 걸어서 날 바래다 준 후

다시 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난 상근을 좋아한다. 그들은 끈끈한 정이 있기 때문이다!"


- 해병 중사 손규만 -




남자 인터넷 - 불기둥닷컴 -_-++


젊은시절에 죽은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이 혼자만
세상에서 사라긴 게 아니라, 그들이 품었던 세계의 꿈도
함께 우리 곁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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