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이란걸 재빨리 간파한 뒤 요령을 부린다. . . 운전병 : 아......괜찮아요. 저희 장군님이 지금 금방 나온다는 연락을 받고
왔거든요......
장군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하는 운전병.. 나는 재차 부탁했다.
나 : 장군님 나오시면 현관에서 방송을 해드리지 않습니까....좀 빼주세요..
운전병 : 에이....괜찮데두요....금방 나오실텐데요 뭘.....
나도 솔직히 대충대충 하고 싶다. 하지만 현관 안쪽을 보니 고참들이 나를
두눈을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지 않는가.... 신병이 규정을 잘 지키는지, 혹은
수송병에게 파워로 밀리는건 아닌지를 보고 있는거다.
나 : 우..씨.빨리 안빼요? 당장빼요..좀 있다가 다시 와서 차가 그대로 있으면
알아서 해요...../
고함을 질러버리고는 다른곳으로 걸어 가버렸다. 수송부의 그 녀석은 얼굴이 뻘개
지면서 한참 나를 노려보더니 피식......하고 웃어버리고 차를 몰고 가버렸다.
이러한 일들이 너무 비일비재 하길래 헌병과 수송병은 늘 적이었다.
게다가 적이 될만한 일은 또 있다.
" 주차헌병...주차헌병은 이방송을 듣는즉시 A현관으로 들어오길 바란다. "
A현관에서 방송으로 나를 부른다.
' 아이고 살았다. 추우니깐 잠시 들어와서 쉬라는거군...'
재빨리 들어가보면 고참이 일급 비밀지령을 내린다.
" 밖에 운전병들에게 가서 담배 한가치만 얻어와라"
" -_-; ............"
근무지에서는 당연히 금연인데도 골초 고참들이 그걸 지킬리가 없다. 가뜩이나
사이도 나쁜 운전병들에게 어떻게 담배를 얻어오란 말인가? 다시 현관을 나와서
앞에 대기하고 있는 수송병들을 쳐다보니 평소보다 더 적의에 찬 눈길을 보내는거
같은 느낌이다.
' 우씨...이 추운날에 모두 장군차속에 들어 앉아서 라디오나 듣고 있으니..
정말 땡보직이다 땡보직.....'
하지만 알고 보면 수송부도 결코 편한게 아니다. 장군 따가리이기 때문에 운전
외에도 쓰잘데기 없는 심부름도 다 해야 하고 장군 따가리이면 장군 마누라 따가리
이기도 하기 때문에 마누라 심부름까지 해야한다. 어떤때는 장군 딸까지 태워서
운반(?)해줘야 할 때도 많다. 게다가 언제 호출이 날지도 모르고, 또 언제 청사
에서 퇴근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늘상 대기시간으로 보내기에, 지루하기 짝이 없고
잠도 제시간에 못잔다. 국방부는 장군들이 많은곳이라 구타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던데.......오히려 장군들이 더 잘 두들겨 팬다는 사실.....!
육군 소장(★★)이 준장(★)의 정강이를 걷어차는것을 본적이 있는가? 정말
우습지도 않다. 더더욱 우스운것은 장군 마누라들끼리도 파워게임을 한다는
사실....! 남편이 소장이면 마누라도 소장, 남편이 준장이면 마누라도 준장이다.
소장마누라가 준장 마누라에게 심한 욕을 해도 준장 마누라를 꼼짝도 못한다.
정말 별난 세상이다. 시도때도 없이 담배심부름을 시키기 때문에 중간에서
죽어나는 것은 헌병쫄병이요, 이래저래 피해만 보는 것은 수송병이다.
수송병 입장에선 헌병에게 담배를 안 주고 개길수도 없기 때문이다.
어서 하루바삐 내가 왕고참이 되어 이런 쓰잘데기 없는 악행들을 없애버렸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물론 그때는 담배대신 돈을 받을 것이다....-_-;
<135> 위문품.
크리스마스라고 위문품이 도착했다. 고참도 쫄병도 너무 기뻐서 완전히 축제
분위기다. 나도 커다란 상자를 하나 배급 받아 열어보니 100% 음식물이다.
역시 국방부에선 군인의 심리를 너무 잘 알아주는구나...........크흐흐 ^ㅡ^
영양갱, 비틀즈 초코렛, 에이스 크래카, 껌, 밀크 캬라멜등등.....없는게 없다.
모두 자기자리에 앉아서 배급받은 상자를 기대하며 뜯어보는꼴이 흡사 홍부가
박을 켜는 것 같은 풍경이다.
앉아서 마구 먹어대는 갈참, 여기 저기에 짱 박으면서 행복해 하는 병장,
주머니에 넣어서 한 개씩 꺼내 먹는 상병, 두세명이 한자리에 모여 파티를 벌리는
모습등등 가지각색이다. 정말 보기만 해도 흐뭇한 광경이었다.
이런 위문품은 매일 오면 좋을텐데....어린아이때 받았던 종합선물세트도 이만큼
기쁘진 않았었는데.........내가 그때보다 더 단순하고 어려 진건가?
사제인들은 이런 유치(?)한 위문품들이 정말로 군인아저씨들에게 엄청 위로가
된다는걸 알고나 있을까? 초등학교 위문편지조차 정말 위로가 되는데 뭘..
군인들은 여고생들이 의무적으로 위문편지를 쓰도록 각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조치를 내려줬으면.....할 정도로 편지를 받고 싶어 한다.
쪽지 한번 안쓰던 녀석이 펜팔을 구하러 다니는것도 군인일때다.
전방에 하사로 있었던 내 친구가 받아봤다는 위문편지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 ……………………………?br>│ 국군 아저씨께... │ │ │ │ 안녕하세요. 전 개나리 초등학교 3학년인 미경이라고 하는 여학생입니다.│ │ │ │ 지금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선생님이 숙제를 냈기 때문입니다. │ │ │ │ 추운날씨에도 우리 나라를 지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 │ 많이 쓰고 싶지만 선생님이 지금 빨리 거두라고 합니다. │ │ │ │ 이걸 내야지 집에 갈수 있거든요.. 그럼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 │ │ │ 미경이올림 │ │ │ │ (아저씨..답장 꼭 해주세요.. 꼭이요..) │ └───────────────────────── ──────────┘
이런 어린아이의 유치하고 형식적인 편지에도 엄청 기뻐하면서 답장을
멋드러지게 쓸려고 신경쓰는 군인들..!!
불쌍한 군인에게 따뜻한 위문편지 한통씩 써보도록 하자!
<136> 군기과장의 지시.
아침에 당직대에서 보고를 하고 주차장으로 나가려는데 특별 지시가 내려왔다
국방부 청사內 주요회의차 국회에서 여러 VIP들이 온다는거다. 물론 군대에서
말하는 VIP는 최진실, 송승헌, SES등등이 아니라 다 늙어빠진 할배들을 말한다.
그래서 평소 오는 차량들은 모두 C현관 앞의 주차장으로 돌려 보내고 청사앞의
주차장을 많이 확보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누구 지시냐고 물으면 헌병대
군기과장의 지시라고 말씀 드리란다.
막중한 임무(?)를 띠고 아침 7시 근무를 나갔다. 여전히 살을 에일듯한 추위...
아무리 딴 생각을 해도 추위덕택에 도통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서울도 꽤 전방에 속하나보다. 국회에서 오는 차량이 아닌 다른 차가 들어
와서 주차할때마다 일일이 가서 설명을 했다. " 주절..주절.."
헌병은 뛰지를 못한다. 아니.....뛰면 안된다. 절도와 위엄에 위배(?)되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양반이 체통 때문에 뛰지 못하는것처럼...하지만 이것 때문에
고생할때도 많다. 동쪽 귀퉁이에 세운 차량을 겨우 설명을 드리면서 빼고 있는데
서쪽 귀퉁이에 누가 차량을 세우고 있으면 완죤히 코미디를 해야한다. 상체는 가만
있고 다리를 열나게 움직여서 최대한 빠른 경보로 가야하는거다. 일명 '백조보행'
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주차하기 전에 열나게 걸어 가서 설명을 드린다.
그러면 또 저쪽 끝에서 차를 주차하고 있다. -_-; 제길..
이것 때문에 과거에 군인들이 헌병을 만나 검문 당하게 되면 헌병 하이바를 쳐서
떨어뜨린 뒤 도망을 가버리는 일이 많았다. 현실적인 실용성 보단 귄력과 겉멋만
들었던 과거 헌병들은 그들을 잡기는커녕 하이바를 다시 주워서 쓰기에 바빴고
뛰지를 못하니 슛아 갈수도 없었던거다. 하지만 요즘은 어림없는 얘기다.
요즘에 그런일 있었다가는 더욱 열받아서 마구 슛아간다.
근무자 : 야 임마... C 주차장까지 어떻게 가냐? 됐어. 됐어....그냥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