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25] 감동의 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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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25] 감동의 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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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영일기-25] 감동의 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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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86> 감동의 퇴소식.

드디어 오늘은 퇴소식날이다.

모두들 점심때 사제밥을 죽도록 먹을꺼라면서 아침 식사는 대충대충 먹었다.

식당엔 처음으로 잔밥이 너무 많이 남아 처치 곤란한 날이었다.

그리고 개구리복을 입고 행여나 먼지라도 묻을새라 조심스레 군화를 꺼내 신고

번호가 찍힌 거지같은 까만 훈련철모가 아닌 알록달록한 얼룩무늬가 있는 진짜

철모를 썼다.  총검을 가져와서 배당하여 모두 총에 꽃고 흰장갑을 꼈다.

그리고 모두 줄맞추어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두근..........두근...........두근....

설마 안오시거나 늦게 오시는 것을 아닐까?   여기를 잘 찾아오실까?  

연무대로 줄맞추어 '앞에 총'을 하고 뛰어갔다.

드디어 연무대 연병장에 입구에 들어서자.. 양쪽으로 사제인들이 바글바글 하다.

웅성..웅성...웅성.........

' 으아..............무슨 놈의 옷색깔이 저리도 휘황찬란하다냐? '

형형색색의 사제인들 옷에 우리들은 정신이 없었다.   특히, 아가씨들은 별의별

이상한 패션을 다하고 있었다.  그 동안의 패션과 유행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군화와 군복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아가씨, 치마같기도 하고

바지같기도 한 치마바지를 입고 술집 아가씨처럼 아주 진한화장을 한 아가씨..,

10cm는 족히 되어보이는 구두굽에 무대복같이 번쩍거리는 비닐옷을 입은 아가씨..

허리띠를 무릅까지 내려오도록 늘어뜨린 아가씨...등등....

사제문물(?)을 오랜만에 접해보는 우리들은 모든게 다 신기했다.

우리들이 연병장입구를 들어가고 있을 때 양쪽의 사제인들은 제각기 자신의

아들, 친구, 애인들을 부른다고 난리였다.

" 희종아.....희종아.."

" 희영아....희영이 어딨니? "

" 저녀석....세란이 아냐?  세란아...."

도때기 시장처럼 난리법석이다.

그래도 우리들은 절대 옆을 쳐다보지 않고 그냥 앞만 보고 걸었다.    나중에

더더욱 기쁜 만남을 위해서 잠시 참는거였다.  연병장에 대열을 맞추어 섰다.

나는 앞에서는 중간쯤이었고 맨 왼쪽이었다. 힐끗 눈을 돌려 관중석을 바라보니

많은 사람들이 발디딜 틈도없이 앉아있다. 어디에선가 우리 부모님도 보구 계시겠지.

드디어 총검술 시범이 시작...............우리들은 한치의 실수도 없이 멋들어

지게 총검술을 해냈다.    총에다가 검을 꽃으면 길이가 1m 가까이 된다.  

그걸 가지고 총검술을 하는 모습은 정말 무슨 무술영화처럼 멋이 있었다.  흰장갑

때문에 조금만 실수를 해도 눈이 띄기 때문에 실수는 용납않는다.  

총검술이 끝나자 장내엔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

' 쩝.....멋이게만 보이겠지.. 이거 한다고 그동안 우리가 한 고생을 알수있을까?'

총검술이 끝이 나자 이젠 총검 집총동작을 선보였다.  마치 마스게임같은 집총동작.

....여기서 나는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남들보다 한동작 빨리 앉아버린 것이다.

왼쪽의 관중석에서 아가씨들이 " 와하하하....." 하고 웃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 으.........이런 개망신이 있나... 연습때는 한 번도 실수안한 내가.....'

얼굴이 확 달아올라서 철모를 더더욱 깊이 눌러 써버렸다.

시범이 끝이 나자 연대장이 나와서 합격선언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대열을 맞추어 섰다.   이번엔 키대로 섰기 때문에 나는

앞에서 세번째정도에 서 있었다.

" 관중석에 있는 부모님들은 연병장으로 가서 계급장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제인들이 연병장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6.25당시 압록강의 인해전술이 생각날 정도다.  우리는 왼손에 계급장을 들고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근데 내 앞에  강원도 녀석, 오른쪽에 서있는 동진이도  

부모님들이 찾아오는데 유독 우리 부모님들은 나를 찾아올 생각을 안 하시는거다.

' 에고....지각대장 울엄마가 어련하시겠어? '  자꾸 불안하고 초조해서 주위를

돌아다 보았더니 저~~ 뒤쪽에서 애들에게 물어 보는 소리가 들린다.

" 혹시 이성찬 훈련병 어디 있는지 알아요? "

" 아.....성찬이요?......... 성찬이는 저 앞에 있어요...."  

그말을 듣고 앞쪽을 쳐다보는 어머님과 뒤돌아보는 내눈이 순간적으로 부딪쳤다.

' 으왕..................오셨구나.....꺼이꺼이...'

참았던, 아니 생각지도 않았던 눈물이 앞을 가릴려고 한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시는 부모님앞에서 나는 계급장을 내밀었고 어머님께서

계급장을 달아주시자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경례가 튀어 나왔다.

" 추웅...............서엉......."

' 찰칵 ! '

아버님께서 사진을 찍으셨고, 이윽고 우리들은 붓물 터지듯 쌓인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우시는 어머님과 부둥켜안고 있는 훈련병들로 가득했다.

" 왜이리 늦었어요?  하사가 계급장 달아줄뻔 했쟎아요..."

( 부모님께서 안 오신 훈련병들은 하사가 계급장을 달아준다. 으...그 비참.. )

" 응........아, 그놈이 그놈 같아서 찾을수가 있어야지.... 어찌나 전부 크고

똑같이 생겼는지 원체 못찾겠더라구............호호 "

그때 갑자기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가관이었다.

" 근데 성찬아........맨날 이렇게 흰장갑 끼고 훈련을 받니? "  

-_-;;;

" 어머님.....이렇게 깨끗한 군복을 입은것도 오늘이 첨이랍니다....."

사제인들 퇴장하라고 방송이 나왔다.

" 지금은 면회할수있는게 아니구요, 퇴장했다가 다시 만나는것이니 자리 잡고

기다리세요...."

" 그래?  알았어....저 위에 언덕에 있을게..."

계급장 수여식이 끝이 나고 사제인들이 다시 관중석으로 올라가자 분열이

시작되었다.      죽도록 연습한 분열..........우리는 멋있게 줄을 맞추어

연병장을 한바퀴 돌았다.    연대장 앞을 지날때는 걸으면서 경례를 한다.

" 우로...............봤 "

" 충 성! "

이 장면은 디즈니 영화 '라이언 킹'을 보셨다면 잘 아실게다.

하이에나들이 반란군 대장인 사자 스카에게 나찌처럼 분열을 하며 고개만 돌려

경례 하는 그 장면이 바로 이것이다.  

이것으로 훈련소에서 힘든일은 모두 끝이 났다.




<87> 병사와 애인

그리고 연병장을 나와서 막사뒤에 가서 거총을 해놓고 흰장갑과 철모를 벗어서

일렬로 놓고 모자를 쓰고 줄을 맞추어 섰다.  그리고 번개같이 연병장으로 달렸다.

뛰어가던 도중에 입소때 나를 배웅해 줬던 영대녀석이 혼자서 두리번 거리고

서 있는걸 보았다.  내가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도 영대는 나를 전혀 못 알아봤다.

모자를 너무 깊숙히 눌러쓰고 있어서 일 것이다.  계급이 낮을수록 모자는 깊숙이

눌러쓰고 있다.  이등병은 눈이 안 보일정도로, 일병은 가까스로 눈만 보이게,

상병은 눈썹정도가 보이게, 병장은 모자를 뒤로 제껴서 이마도 보이도록,

그리고 예비군이 되면 아예 모자를 뒷주머니에 꽂고 다닌다.

" 영대야......"        

" 오옷......고생많았다..하하.."

면회온 친구는 영대혼자 뿐이었다.

남자친구들은 거의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영대만 올수 있었고 여자 애들은 전부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하며 못왔다고 한다.

' 음....논산까지 오는게 쉽지는 않겠지.....보고들 싶지만 어쩔수 없지..'

두달만에 여자친구를 만나 얼싸 안고 기뻐 어쩔줄 모르는 녀석들을 볼때마다

웬지 부러웠다.  그리고 그들이 으슥한 숲속으로 사라지거나, 손을 꼭잡고

화장실(?)안으로 같이 들어가는걸 보고 더더욱 눈에서 불똥이 튀려했다.

' 으.....저것들이 정말....그래...니들이 어디 상병때까지 가나 두고보자..'




<88> 자유.

언덕에 가보니 자리를 깔고 어머님께서 손수 차려오신 여러 가지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었다. 김밥,튀김,찰밥,과일,떡,식혜등등 군에서는 결코 먹지 못할 한

음식들이 진열되 있었다.

" 거기 앉거라...어? 그러고 보니 너 살이 엄청 쪘구나....얼굴도 참 좋고...."

" 후후........좀 쪘어요..엄청 먹어대니 뭐... "

그리곤 영대와 앉아서 음식을 먹으려는데 이상하게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먹기전엔 다 먹어치우고도 남을거 같았는데 웬지 입이 안 받는거다.

" 왜그래?  요거 먹고 마는거야? "

" 이상하게 안 먹혀요.."

" 그래도 좀 먹어봐..."

" 됐어요......"

나는 영대와 그 자리를 나와서 산책을 했다.

비록 몇시간뿐이지만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내몸뚱아리를 내 의지대로

이리도 가보고 저리도 가보는 자유를 누리면서 영대에게 그간의 근황과 사제소식

들을 들었다.   그리고 연무회관에 가서 구구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었다.

" 영대야 너도 하나 먹을래? "  

" 아니....됐다.."

' 음....배가 불렀군....짜식....이렇게 맛있는걸 안먹다니...'

나는 구구콘을 어머님께서 사오신 음식보다도 훨씬 맛있게 먹었다.

군에선 단음식을 먹을수 없기 때문에 단것이 무척 당긴다.  그래서 안 그렇던

사람도 군에가면 무조건 군것질쟁이가 되는 것이다.  한쪽에선 막걸리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사제노래도 부르고, 마구 웃고 떠들며 간만에  느끼는 자유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잊고살았었는데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것중 하나가

자유란걸 새삼 깨달을수 있었다.




<89> 언제나 슬픈 이별.

3시간은 금방이었다.

얼차려때는 꼼짝도 안하던 시계바늘은 우리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그냥 냅따 지나가

버렸다.     야속한 시계바늘....

모두들 쓴웃음을 지으며 가족,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 조심해서 내려 가세요.."

" 오냐.......몸 조심 하거라..."

" 영대야.....담에 또 보자.....잘 가라..."

모두들 가족들과 인사를 하면서 떡이나 오징어, 캔맥주들을 군복에  짱박기

시작했다.  입맛이 없어 안 먹어도 중대복귀하면 또 왜 그리 먹고 싶던지..

인간이란 동물이 그렇게 간사한가 보다.  떠나가는 사제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에서 뭔가가 울컥....하고 치솟는다.  도저히 말로는 형언할수 없는

이 기분.....!  정말 엉엉 하고 울었으면 후련할 것 같은 그 기분.......!

아마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슬펐던 날이 오늘이 아닌가 싶은 심란함....

정말 기분 최고로 더러웠다....군대 입대하고나서 제일 슬플때가 첫휴가

복귀때이고, 두 번째가 오늘같은 퇴소식 이별때라고 하던데.....

오늘이 이 정도면 첫휴가 복귀때는 과연 얼마나 슬픈것일까 ?  정말 탈영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사제인들의 울긋불긋한 옷들이 하나둘씩 모두 자취를 감추고,

그 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면서 풀이 죽어 어깨가 축 늘어져 있는 우리를 보고

하사가 위로를 한다.

" 아그들아...오늘 모두 면회 잘했냐?  끝나고 나니 허전하고 슬프지?  다 그렇고

그런거야....그러다보면 어느새 제대해 있는  자기모습을 발견할수 있을꺼라구..

자........힘찬 군가하면서 간다...앞으로 갓....하낫..둘...하낫...둘...하낫.

둘..셋...넷... 군가한다... 군가는 전선의 초병... 하나 둘 셋 넷! "

" 별들이 잠자는... ♬  전선(戰線)의 하늘....♪"

이건 노래가 아니고 마치 곡을 하는거 같았다.  고래고래 악을 쓰는 놈도 있었다.

영화 '서편제'에서 송화가 오랜만에 만난 동생 동호앞에서 선창가를 부를때도

이처럼 한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억지로 삼켜서 군가로

뱉어 내며 우린 힘차게 앞으로 전진했다.

" 철석같은 사내의지.... ♩ 변함이 없다...★..!! "
                                                               - 계속 -


< 내일 예고편 >

다음편엔 후반기 교육때문에 훈련소에서 마지막밤을 보내는 훈련병들에

        대해서 올립니다.  훈련소 마지막편이므로 꼭 읽어주세요..



★ 퇴소식 할때 부모님과 만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올리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자꾸 화면에 하얀화면만 뜨는군요..

  어케 된거죠?   이상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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