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29] 천국에서 지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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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29] 천국에서 지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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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영일기-29] 천국에서 지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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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병영일기를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안뇽하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길기만 한 제 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첨엔 군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죄다 올려서 곧 군생활을 하게될분들

에게 많은 도움을 드리고자 했으나, 그렇게 될 경우 100편이 넘어도 끝이 안날것

같고, 읽으시는분들도 상당히 지루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내일부터는 정말 기억에

남거나, 입대를 앞두신분들이 軍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은글들만

단편으로 추려서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할경우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요..단점이라면 시간이 빨리 흐르게 되니깐, 군인들의 고충과 그 지겨움을

잘 이해할수 없기도 할터이고, 이로 인해서 중간중간 내용이 잘 연결이 안 되기도

하겠죠.  그러니 앞으론 이해 안가는 내용이 있다해도 당황(?)하지 마시고 그

중간에 뭔가가 있었구나.....하는 추측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언제나 감사드리구요..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길 바라면서......              
                                                                from  가브리앨

<100> 해군,해병동기.

  논산과는 달리 헌병학교에서는 저녁에 1시간정도 텔레비젼을 볼수 있었다.

그것도 탈영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엄포를 놓는 무시무시한 교육용영화도 아니고

일반 사제프로를 볼수가 있다.  나는 텔레비젼과 자리가 가까워서 잘보였지만

뒷번호 녀석들은 거리가 멀어서 자꾸 신경질만 냈다.

" 야....거기 너 대갈통 안치워?  안보이쟎아..."

" 눈깔이 겹었으니 보일리가 있나!    -_- "

그래도 너무도 오랜만에 사제방송을 보는 우리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가요톱텐같은 쇼프로가 가장 인기가 있었는데, 오늘은 현진영이라는 가수가

1위를 했다.               ' 에고..........저녀석도 현역은 안가겠지...'

우비같은 옷의 등짝에는 커다란 X 가 그려져 있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괴상한

복장에 손을 아래로 찌르고 다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이상한 춤을 출때마다 괴성을

지르는 여학생들.............         너무나도 부럽다.

인기는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단지 사제인이란게 부러웠을뿐.....

다음날 아침이 되자 어디선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창밖을 쳐다보니 어디선가 나타난 해군, 해병들이 더플백을 입에 물고

연병장에서 오리걸음을 걷고 있다.  그리곤 하사의 명령에 따라 모두 우리 내무반

으로 모두 들어왔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587기 헌병동기였던 것이다.

이로인해서 우리들은 해군, 해병들의 훈련소 얘기를 많이 들을수 있었다.

한 해군녀석이 해주는 해군이야기는 육군인 우리로서는 참 신기하고 잼있었다.

해군 : 그래서 샘브리 당가리를 di에게 받았는데 B급인거야.. ..

육군 : 너 프랑스어도 하는구나? -_-;

해군 : 잠수를 3분을 해야 유급을 안 당하거든..

육군 : 아니, 유급 안 당할려고 익사를 하는 녀석이 있단말야? -_-;

해군 : 순검 시간에 똥을 먹이는거야...우린 어쩔수 없이...

육군 : 순금 시간?   금 세공 교육도 받니? -_-;

그중에서도 우리가 제일 부러운 것은 1일 4식이었다.

" 우리 해군은 배에서 하루에 4끼니를 먹거든...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배가 자꾸 흔들려서 그런지 금방 금방 소화가 되 버리더라구..."

그런 얘기를 할 때는 우리 육군들은 죄다 침을 질질질 흘리며 음식들은

무엇무엇이 나오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101> 선임들 출현.

좀 있으니 어디선가 사병들이 우리 내무반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곤 마치 이산가족 만난 듯이 반가워 한다.

선임 : 아이고.....니가 34번이냐?  그래그래......이름이 뭐꼬?

후임 : 이주언입니다.

선임 : 그래?......난 너 4기수 선임인 34번 주명수 다..

후임 : ' 근데 ? '

선임2: 120번.....120번 누구야?

후임2: 120번 이등병 박재용....

선임2: 너야? 에고...일루 와봐... 뭐 필요한거 없어?  집은 어디야?

서로들 자기번호와 같은 번호의 후임들을 찾느라고 난리였다.  그리고는 후임들의

더플백을 모두 땅바닥에  쏟아버리더니 선임들이 하나하나 관물을 해주는것이었다.

어디선가 깔때기(관물할 때 옷이 잘펴지도록 각을 잡아주는 마분지 같은 것)까지

들고 와서 정성스레 관물을 해주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있었다.

나도 내 자리에 계속 앉아있으니 이윽고 한 선임이 찾아왔다.

" 6번이 너니? "                     " 예......"

" 하하..난 네 선임 윤상수다. 반갑다. 더플백 이리 내놔봐..."

그 선임은 내 물품들을 관물해 주면서 이렇게 말하는거다.

" 너 .....목소리 좋니? "            " 네?...."

" 목소리 커? "                      " 왜요? "

" 응. 좀있으면 니들이 할 일들이 정해질꺼야. 글씨 잘쓰고 똑똑한 녀석은 서무계,

책임감 있는녀석은 짬장,  목소리 크고 우렁찬 녀석은 중대보고자 등등..

그리고 나머지는 청소구역을 맡게 되는거지.  난 중대보고자를 맡고 있어..."

▩ 서무계란 선임하사 사무실에서 일 하는거다.
   주로 서너명을 뽑는데 글씨를 잘써야 하고 가방끈이 좀 길어야 한다.
   간부 잔 심부름을 하는데 사무실에 매일 있기 때문에 아주 편하다.
   짬장은 배식조의 대장이다.
   배식을 담당하고 총 책임지는 일인데 군대에선 짬장이 최고다.
   먹는 것을 원없이 먹을수가 있기 때문.
   중대 보고자는 중대전체의 대표자를 말하는 거다.
   각 구대마다 구대보고자가 있는데 이게 사회서 반장이라면 중대보고자는 전교
   회장을 말하는거다.
   이런 감투(?)를 쓰지 못하면 나머지는 구역별 청소부들도 전락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선임은 내게 중대보고자가 최고라면서 무슨수를 써서라도 중대

보고자 자리를 따내라고 한다.

" 최고야.  청소도 하지않고 지시만 하는거지.  그리고 퇴소식할때도 맨 앞에

대표로 서서 연대장에게 보고하는거야.  애인이나 가족앞에서 멋있게 보일수

있는 찬스란 말야.  알겠지?  중대보고자 자리는 네가 꼭 따내라...."

" ..................예 -_-; "             그리고는 담배를 한갑 쥐어준다.

" 엇?  담배는 못 피는데요..."

" 엥? 무슨놈의 남자시키가 담배도 못 피냐?  끊었어? "

" 아뇨....태어나서 한 번도 안 펴봤어요...-_-; "

" 아니 왜?  그렇게 가난하니? "        " 아뇨.. 못 끊을까봐 안폈어요..-_-; "

" 으윽.......별종이군...그럼 넌 군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어떻게 하냐? "  

" 뭐.......그냥. 군것질이나 하면서..."                     " 깨스....깨스 "

한 선임이 바깥을 보며 외치자 모두들 놀래서 다 와르르 나가버렸다.

선임하사가 중대에 도착한것이었다.




<102> 중대보고자가 되다.

  오늘 1구내 내무반장이란 사람을 처음 보았다.  계급이 병장이었는데 정말

인상한번 더럽다.  눈은 항상 실눈을 치켜뜨고 있고 고개를 약간 쳐들어서 우리를

째려보는데 누구라도 한 번보면 시선을 피할정도로 무서운 인상.....

' 으으으으.....저녀석 제대하고 경찰청 사람들에 엑스트라 출연하면 되겠다 '

그 내무반장이 우리를 1구대에 모두 집합시켰다.  

내무반이 크다고 하지만 120명이 모이면 빽빽하게 앉아도 비좁다.

" 모두 조용히 해....주목... 에...오늘은 일단 중대보고자를 에....한명 뽑겠다."

' 앗....드디어 시작이구나..'

" 에... 자기 목소리가 에.....좋다고 생각하는사람....? "

" .................... "

나는 6번 선임의 권유도있고 해서 손을 들어 볼려고 했으나 웬지 나서지를 못했다.

" 아무도 없나?  할수없군.  지금부터 1번부터해서 한명씩 일어나서 구령조절

3회를 하고 앉는다.  알겠나? "  

" 예....알겠씀미.........음 "

" 으음...-_-+  에.....여기선 복명복창을 하지 않는다. "

구령조절이란 큰 소리로 " 열중 쉬엇, 중대 차렷, 뒤로  돌앗" 하고 외치는것인데

단순히 목에서 나오는 땡고함 소리가 아닌 뱃속에서 우러 나오는 함성을 질러야 한다.

1번이 외치자 2번이 또 외쳤고 차례대로 120명이 모두 외치자 그때마다 내무반장은

마음에 드는 녀석은 서있게 하고 시원찮은 녀석들은 앉게 했다.  나도 테스트를

거쳐서 1차합격 하여 일어서 있었다. 120명이 다하고 나니 11명정도가 관문(?)을

통과하여 서있었다.   내무반장은 그 11명을 다시한번 더 테스트를 했고 그중에서

또 9명을 떨구고 2명을 남겨 놓았다.   신기하게 나도 그 2명중 한명이었다.

' 히야...이거 생각치도 않은 호박이 굴러 들어오는게 아닐까? '

초등학교 3학년때 분단장 한번 해본걸 최고의 자랑으로 여기던 내가 120명의

헌병대표자로 뽑힌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남은 한명인 그

녀석과 나는 마지막으로 테스트를 거쳤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멋있는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구령조절을 외쳤다.  군대에도 신(神)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운명의 여신은 내게 미소를 지었다.

" 6번..."                                        " 예.."

" 이제부터 니가 중대 보고자다. 알겠나? "         " 예..알겠...."

" 복명복창 하지마 임마....-_-+ "                 " 예 "

흐흐...나는 해냈다.  중대보고자가 된 것이다.  벌써부터 120명앞에 서서

호령하는 모습을 보여줄것을 생각하니 퇴소식이 너무 기다려진다.   내무반장은

뒤이어 서무계를 뽑았고 짬장도 뽑았다.  나머지는 화장실청소, 화단청소, 연병장

청소, 내무반 청소등등.......모조리 청소담당이었다.  

논산에서부터 날 알고있었던 애들은 취임(?) 첫날 모두 나에게 와서 축하해주고

난리였다.  정말 살맛나는 날이었다.




<103> 3일 천하.

선임하사가 연병장에 모두 집합시켰다.   제식훈련을 한다고 한다.

' 으......제길..  논산에서 죽도록 했는데 또 걸음마 연습이야?  '

모두 집합했는데 구대별로 집합했기에 3개 구대로 집합을 했다.  구대마다 구대

보고자가 있어서 앞에 한명씩 대표로 서 있었고 나는 그 전체의 대표로 맨 중간

앞에 즉, 연단위에 서있는 선임하사 밑에 서 있었다.     정말 기분 캡이다.

' 후후.....선임하사 바로밑에 나구나...'   근데 그 보고가 엄청 까다로왔다.

선임하사가 " 인원보고! " 하면  1구대부터 3구대까지 구대보고자가 재빨리

인원보고를 한다.  나를 쳐다보고 모두 보고를 하면 내가 또다시 재빨리 그 3개를

합산해서 최종보고를 선임하사에게 해야 하는것이었다.

말이 쉽지 이게 보통 어려운게 아니었다.

1구대장 :  1구대 집합인원보고.  총원 50명,  사고 1명,  현재원 47명,

          사고내용 의무실치료,  열외1명. 열외는 보고자 외 집합준비끝

2구대장 :  2구대 집합인원보고, 총원 40명 , 사고 2명, 현재원 37명,  사고내용

          중대장님 심부름 1명, 서무계 1명, 열외1, 열외는 보고자외 집합준비 끝

3구대장 :  3구대 집합인원보고, 총원 30명 , 사고 12,  현재원 17명

          사고내용, 식당배식조 12명, 열외 1,  열외는 보고자 외 집합준비 끝

이렇게 보고가 끝나면 내가 곧장 뒤돌아 서서 선임하사를 쳐다보고 종합보고를 해야

하는데 이거야 원.. 내가 KAIST 출신도 아니고 순간적으로 이걸 어떻게 외우란

말인가?

" 충성! 3중대 집합 인원보고.  총원 120명, 사고 14...아니 15명. --;

현재원 114명.   사고내용. 중대장님 배식 1명, 그리고...식당배식조가 12명,

의무실 심부름..심부름...... 어? 뭔가 이상하네..-_-;;"

" 집어 치워 .......됐어........."

보고하는 요령이 어렵다는걸 선임하사도 알았는지 거듭되는 실수를 용서해주었다.

" 자......주목. 주목바로... 주목......이것들이...동작봐라.  저기 우측에

보이는 철봉에 모두 매미~! "          와그르르르르르르.............

나도 뛰어가려는데 선임하사가 말했다.  

" 넌 가만있어 "            ' 오잉? 이것이 특권이란것인가? '

중대보고자가 된지 1시간도 채 안되어 나는 권력의 단맛을 톡톡히 맛볼수 있었다.

근데 마음이 하나도 편치가 않다.  보이지 않는 등뒤에서는 모두 철봉에  매달려서

낑낑낑.....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같은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부동자세로

그냥 서있으려니 뒷통수가 왜 그리 따갑던지......

' 에고야...이거 뭐..... 마음이 편해야지 뭐... 미치겠네..'

그렇게 하루이틀이 흘러 사흘이 지난 즉, 입소식을 하루 앞둔 어느날.....내

목소리가 그만 쉬어 버렸다.  원래 성대가 약해서 하루만 땡고함을 지르며 놀면

금방 쉬어 버리곤 했는데 사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군대에서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썼으니..........게다가 내 목소리는 뱃속에서 우러 나오는 소리가 아닌

순전히 목에만 힘을 줬던 소리였던거다.    2중대 솔선 중대에서 선임하사가

중대보고자를 부른다 해서 가봤더니 못마땅한 눈치다.

" 잉?  니가 중대보고자야?  구령조절 해봐 "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면서 외쳤다.

" 열주웅....셨....중대 차흐......콜록콜록.."

" 됐어 됐어. 3중대에 그렇게 인재가 없나? 쯔쯔...내가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 "

그러더니 그 선임하사가 우리중대에 가서 몇 명을 테스트 하고는 한명을 뽑아

그녀석을 새로운 중대보고자로 뽑아 버리는게 아닌가...!

' 끄으..........우...씨... 이럴거 같으면 차라리 시키지를 말지..'

그 녀석은 목소리가 둔탁했지만 대신 소리가 컸고 우렁찼다.

" 됐군... 이정도가 돼야 이담에 연대장님께 신고를 한단 말야..

야... 새로운  중대보고자....네 이름이 뭐야? "  

" 이병 신광균입니다. "  

" 그래 ..네가 원래 했었던 임무를 이 녀석과 바꿔라. 넌 무얼 맡고 있었냐? "

" 예......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        " -_-;;;;;;;;;;;;;;"

졸지에 나는 화장실 청소팀이 되어 버렸다.  정상에서 떨어져도 이만저만 떨어

져야지 화장실 바닥까지 떨어져 버릴 것은 또 뭐람........흑흑..

내게 미소짓던 여신의 미소가 비웃음이었나보다.

                                                                   - 계속 -


< 내일 예고 >


다음편에는 여군 동기 안하사에 대한 이야기,

          딸딸이(전화기 이름. 이상한생각마여..--;)이야기,

          화장실 청소에 얽힌 이야기,

          마네킹헌병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내일도 읽어주실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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