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누리][매직맨] 전산실의 하루 <14> (8282/37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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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나우누리][매직맨] 전산실의 하루 &lt;14&gt; (8282/37593)

포럼마니아 0 659,898

============= 막내의 하루 ================

< 1 >

막내였을 때 아침이 부담스러워 배가 시위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출근하자 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니다.

만땅........

오줌은 참을 수 있었도 설사는 못 참는다는 격언이 생각나며 다리를 꼬고

허리띠를 줄이고 머리를 쥐 뜯으며 딴 생각을 하며 얼굴에 찬물을 묻히며

최대한의 동선(動線)을 줄이며 정말 사내대장부처럼 참고 있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각 방의 문을 발로 차며 '빨랑 나와. 방안에서 살림차렸냐'하고

소리를 질렸을텐데...성질 많이 죽었다.)

바로 그 때 하느님이 보우하사 대한독립만세 마지막 방에서 볼 일을 다 마치고

누군가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들어갈려는 순간 황금박쥐처럼 나타난 김대리님.......

그 방으로 미친듯이 뛰어가면서 한마디 하셨습니다.

"막내는 나중에 봐라" (쓰벌...싸면 싸는거지, 보긴 뭘 봐)

그 날 저는 저의 인내심이 그토록 강한 줄 처음 알았습니다.

이렇게 화장실에서 막내의 슬픔을 처절하게 느꼈습니다.


< 2 >

회사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축하인사하러 오는 사람이 카드회사 영업사원들입니다.

어떻게 알고 오는지 참 신기합니다.

아직 신입이고 카드도 없고 그래서 보통 만들어줍니다.

그러다보면 두세달 지나면 벌서 3개정도 만들게 되죠.

가끔식 회사선배들도 부탁하는데 그 때는 참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 처음 만들 때 였을 겁니다.

"준범아, 카드있냐?"

"아직 없는데요. 있으면 돈을 많이 쓸 거 같아서 일부러 안 만들었습니다."

"그래, 없으면 하나 만들어라. 자 신청서 작성해라"

그러다보니깐 3개 정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또 다른 선배가 물어봅니다.

"준범아, 카드 있냐?"

"(허걱, 더 만들 수는 없다.) 예. 3개나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하나 더 만들면 되겠네"

"예....ㅠ ㅠ"

1년전 막내 차병이 들어왔습니다.

저역시 친구한테 부탁을 받아서 차병한테 부탁했죠.

"차병, 카드 있냐?"

"없는데요."

"그럼 하나 만들어줘라. 자 신청서다."

"저기...선배님.....저 별로 만들고 싶지 않는데요."

"+--......이 카드 좋은거야. 하나 만들어."

".......예.......그럼 선물은 뭐 줘요?"

이상하게 회사에 근무하다보면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내가 그 자리에

가면 이상하게 그렇게 합니다.

참 이상하죠 ^^


< 3 >

오늘 처음 출근하는 날이다.

어제 친구들이 사준 축하주를 공짜라고 너무 과하게 마셨나보다. 정신이 없다.

그래도 첫출근이라고 일찍 일어났다. 허겁지겁 전철을 탔다.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다. 나도 모르게 잠이 온다.

허걱...얼마나 잤지. 이런 이번 역이 내릴 역이잖아.

문이 열리는 순간에 다행히 눈을 떴고 허겁지겁 뛰어 나갔다.

휴우...아직 30분이나 남았네. 이렇게 일찍 출근하면 다른 사람들 눈에

모범사원이라고 보일거야.

갑자기 누가 뒤에서 등을 친다.

"준범이형, 오늘부터 출근안해요?"

후배 똘만이다. "응..지금 출근하는 중이야. 너 여기 웬일이야?"

"저 지금 학교 가는 중인데요."

"텨텨텨텨텨텨텨텨....그럼 여기가....."

쓰발....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학교로 와버렸다.

즉시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달려갔다.

무려 10분이나 늦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갔다. 죄인이 된 것처럼 김대리님이랑 신과장님에게 인사를

했다.

김대리님의 표정이 마치 너도 싹이 노랗구나 하는 것 같다.

아직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없다.

"박준범씨, 이거 카피좀 해줘"

"예..."

김대리님이 주신 서류를 가지고 복사기로 갔다.

중요한 거는 나랑 기계는 별루 친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쓰는지 몰라 멍청히 복사기를 쳐다보았다.

생각나는 것은....'복사기 졸라 크네'

다행히 누가 복사하길래 옆에서 보고 그대로 배워서 했다.

"박준범씨, 복사하는데 웬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려? 손으로 써 왔어"

"죄송합니다."

"그럼 이거좀 팩스로 붙여줘."

"예..."

팩스기 앞에서 생각나는 것은.....'전화기 졸라 크네'

자리에 앉아 사무실 사람들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갑자기 앞에서 내 이름이 들린다.

"아 글쎄...여기 박준범이라는 사람 없어요. 대체 몇 번으로 거신거에요?"

고개를 삐죽 내밀고 "허대리님, 제가 박준범인데요."

"어...신입사원이구나. 미안하다. 아직 이름을 못 외워서....."

11시 정도 되어서 동기랑 같이 담배를 피러 화장실로 갔다.

"아..쓰벌. 졸려 죽겠어. 하루 종일 이름하고 전화번호만 외우고, 카피하고

팩스 보내고....이런 일 하려고 회사 들어왔나."

"글쎄 말이야...."

갑자기 김대리님이 화장실로 들어왔다.

우리도 모르게 담배를 뒤로 숨겼다. 마치 고등학교 때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

필 때처럼.....

"여기서 담배 피지 말고 저리로 돌아가면 흡연실 있어. 거기서 피워.

그리고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 가면 지금 이 때가 그리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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