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우리 회사에서 잘 가는 곱창집이 있다.

그 집은 너무 유명해서 저녁시간은 커녕 점심시간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주로 과장님과 대리님과 같이 술마시러 갔었는데 언제나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었다.

어느 날 눈이 왔다.

그것도 펑펑 왔다.

너무나도 바쁜 날들이지만 그래도 눈이 오니깐 기분이 좋았다.

셋이서 그 날 저녁에 그 곱창집에 갔다.

눈 온 기념으로 갔다.

우리는 너무 놀랐다.

왜냐하면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혹시나 쉬는 날이 아닌가 했지만 언제나 보는 아지매가

있었다.

우리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았고 기다릴 필요도 없었고

마음껏 시킬 수도 있었고 가장 좋은 것은 화장실에서 기다리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아줌마 한 접시 더 줘요."

"총각들은 오늘 같은 날 왜 왔나?"

"예? 눈이 와서요. 그래서 한 잔 하러 왔죠. 그런데 사람이 없네요."

"당연하지. 하이트 구리스마슨데...."

우리는 각자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말 없이 38살의 총각과 34살의 총각과 30살의 총각이 잔을

부H혔다.

'여자친구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 2 >

어느 날 박대리님이 흥분에 쌓인체 나를 찾아왔다.

"야...김경호. 내일 나 미팅나간다."

"허걱. 혼자 나가세요?"

"아니, 하대리랑 송대리랑 나간다. 뭐 입고 나갈까?"

"박대리님 잘 입는 거로 나가세요. 구겨진 와이셔쓰에 3주일 방구석에서

푹 익힌 양복과 빵꾸난 하얀 양말이요."

"야 임마 내가 그래서 너한테 묻잖아. 뭐 입고 나갈까?"

나는 내가 제일 아끼는 쥐색 양복에 분홍 와이셔쓰에 체크무늬 넥타이를

챙겨 주었다.

박대리님은 한달만에 목욕을 하시고 머리도 끊었다.

드디어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 목에 빨간 마후라를 칭칭 감아 드렸다.

저녁에 술에 쩌들은 박대리님이 들어왔다.

"어떻게 되셨어요?"

"셋다 딱지 맞고 술 마시고 들어왔다."

"아니 왜요?"

"여자들이 나이가 너무 어렸어. 더 웃긴 것은 셋 다 어떻게 그렇게 똑같이

입고 오냐. 니가 매 준 빨간 마후라, 다들 똑같은 걸 사 가지고 차고 왔더라.

노총각은 패션도 똑같은가봐"

그 날 옆방에 계시던 과장님은 괜히 영문도 모른체 박대리님의 술상대가 되었다.


< 3 >

김과장님은 운동을 않 좋아한다.

살도 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원래 움직이기를 싫어한다.

아마 발렌타이 데이였을 거다.

저녁에 여자친구를 만나고 들어왔는데 과장님이 땀에 쩌들은 체 숨을 가뿌게

허덕이고 있는데 아닌가?

"과장님, 왜 그러세요. 심장마비........."

"지랄하네. 왜 일찍 뒤지라고 하지. 그게 아니라 운동좀 했다."

"허걱......과장님 토끼머리에 뿔나면 운동하신다고 했잖아요."

"오늘은 무슨 날이냐?"

"발렌타이 데이요."

"이 나이에 이상하게 울적해서 혼자 초코렛을 사다가 텔레비젼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상하게 박대리도 없더구만.

그 녀석도 여자가 생겼구나 하고 생각하니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나더구만.

지금 기숙사에 나 혼자구나 하는 생각과 남들은 다 여자만나고 있는데

나혼자 청승맞게.....방 안에서 초코렛에 맥주라니..."

"그렇다고 숨을 가쁘게 쉴 정도로 열 받으셨어요."

"그래서 밖에 나갔더니........그나마 위로가 되더라."

"뭐가요?"

"밖에서 박대리랑 하대리랑 송대리랑 그 넓은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있더라."

"그...래...서...거...기....끼...셨...군...요."

그 넓은 운동장에 그것도 밤중에 2:2 축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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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마술로 바꿀 수 있다면
....매직맨 99.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