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43] 지옥의 제설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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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43] 지옥의 제설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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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영일기-43] 지옥의 제설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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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


<145> 방위가 군인이면 똥파리도 새다?

오후에 머리를 깎을려고 이발소로 들어갔다. 국방부 헌병대 이발소에는 방위병

들이 근무를 한다.   국방부 헌병대에서 방위병들이 하는 일은 4가지이다.

첫째는 '세탁병'으로써 우리 헌병 근무자들의 옷을 다린다. 일명 '시다바리' -_-;

둘째는 이발병으로써 우리 헌병 근무자들의 머리를 깍아준다. 일명 '깍새'

셋째는 야간에 동측(東側)광장의 경계담에서 근무를 서는 것이다. 일명 '경계병'

술취한 녀석들이 얼마나 많이 넘어 오는지 아주 막중한 임무였다........!

넷째는 주간에 민원안내실에서 여군과 같이 근무를 선다. 일명 '캡빵 땡보직' -_-;

이발병 중엔 석민 이라는 상병이 있다.    나는 그 상병에게 이발을 부탁했다.

" 저 .......머리 깍을려고 왔는데 말입니다 "

내가 석민 상병에게 말을 거는 순간 세탁소안에 있던 고참들이 나를 노려본다../

그리곤 그중 한 고참이 나를 복도로 나오라고 하더니 벽에 붙여놓고 교육시킨다.

고참 : 너..........일병감이 누구지?  

나 : 지금은 고 일병입니다

고참 : 그 자식이 교육을 안 시켰구먼..야 임마....현역이 방위에게 경어를 쓰냐?

나 : .....................!

고참 : 방위병들이 하루에 짠밥을 몇끼를 먹지?

나 : 하...한끼를 먹습니다... (출·퇴근 하므로 아침,저녁은 집에서 먹는다)

고참 : 우린 ?

나 : 네 끼를....먹습니다.

고참 : 그렇지...그렇지... 뭐 어째?   밤중에 먹는 라면은 빼고 말이야.../

나 : 그..그럼 세 끼를 먹습니다.

고참 : 그래그래...군대는 짬밥순이란걸 잘 알꺼야... 그럼 방위병 상병은 우리

      현역의 어느 계급에 해당되지?

나 : ' 음....방위의 3일은 우리의 하루에 해당되니깐.......'  

      이등병입니다.

고참 : 음...계산 잘하는군...앞으론 방위병들은 다 친구처럼 대하는거야 알았지?

나 : 예 알겠습니다

고참 : 자...들어가서 다시 말해봐....

대답은 쉽게 했지만 어디 그게 쉬운일인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발병에게

다가갔다.  밖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를 다 알고있는듯한 표정의 깍새 석민이.!

" 저....음...........머리 좀...깍아 주... 어......"

반말하기가 무지 힘들어서 끝말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쓴 웃음을 짓는 석민이..

" 그래....여기 앉아라..^^ "

이렇듯 현역들은 방위병들을 군인 취급도 안해준다.   같은 청년으로 태어나

누구는 2년 넘게 뺑이치고, 누구는 출퇴근하면서 6개월이나 18개월만 하는게

억울해 죽겠다는 심리일것이다. 물론 방위병은 방위병들대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엄청날것이다.  하지만 현역들이 보기에는 암만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도 저녁엔

집에 가서 다 풀어 버릴수가 있는 방위병들이 너무나 부러웠던 것이다.



<146> 여군소령.

국방부에선 장군이 하도 많아서 A현관에서는 소장(★★)이하는 아예 경례를

하지 않는다. 입초를 서다가 소장이 지나가면 그냥 발만 '탁' 하고 붙여서 예의

표시만 한다. 장군이라고 일일이 다 경례를 하다가는 제대할때쯤 오른팔만 굵은

'주먹대장'이 되어 버릴것이다. 중장(★★★)이 지나가면 경례를 하긴 하는데

이때도 '충성'이란 구호는 안붙인다. 그냥 손만 올리는거다. 대장(★★★★)이

지나가면 그제서야 '충성' 하고 경례를 한다. 군 복무내내 장군 한 번 보기 힘들고

어쩌다 장군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며칠전 부터 청소하고 난리법석을 떨어야하는

각 사단 근무자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갈지도 모르겠다.  

A현관은 일반 군무원이나 사제인은 드나들수가 없는곳이다. 오직 장군만이

드나들 수 있다.  장군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현관을 지나치면 초첨단 자동 계급

인식 장치가 검색을 하여 레이져를 쏴 버리는......그런 장치는 당연히 없다.--;

그래서 우리들 헌병들이 눈을 부릅뜨고 서있는거다.  그래서 매일 노친네들만 보는

우리들은 B현관, C현관 근무자를 엄청 부러워 했다.

B현관 녀석들은 근무철수후 내무반에서 매일 이런 자랑을 한다.

" 우왕....말이지 말이지... 글세 오늘 덜렁이가 젖소보다 더 야한 옷을 입고

왔더라구....에고....죽는줄 알았네 죽는줄 알았어....."

덜렁이는 공보관실에 근무하던 여비서이고, 젖소는 공관 건물에 있는 여비서인데

우리 청사건물에도 자주 왔었다.  덜렁이는 김혜수처럼 건강미가 물씬 풍기던

풍만한 몸의 소유자 였다. 물론 얼굴도 꽤 이뻤구......단연 헌병들에게 인기였다.

왜 별명이 덜렁이인지는 잘 알 것이다.   걸을때마다.....  -_-;

젖소는 덜렁이보다 더 심했던 아가씨였다. 날씬하고 아주 섹시하게 생겼던 아가씨

였는데 뭐가 들어있는진 몰다도 가슴이 엄청 컸다...그래서 별명이 젖소다.

하지만 웬지 좀 차가운 이미지의 젖소에 비해 좀 상냥했던 덜렁이는 B현관

헌병들에게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이런말을 들으면 우리 A현관에

헌병들은 열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도 아가씨를 전혀 못보는 것은 아니다.

장군이 오기전에 미리 마중 나오는 여비서도 있고, 오기로 한 외부손님의 정문

통과를 부탁하러 오는 여비서도 있고, 정책실장실이나 정책기획관실, 또는 국방부

장관실 비서들은 자주 볼수 있었다.  물론 그중 장관님 비서가 최고로 이뻤다.

처음에 봤을때 모델인줄 알았을정도니 뭐...역시 비서들은 업무처리능력보단

얼굴을 많이 보나보다.  암튼간에 타 현관에 비해 여자보기가 힘든 우리 A 현관!

  하루는 입초를 서고있는데 정문에서 웬 짚차가 들어갔으니 확인해보라고 전화가

왔다.  입초를 서던 내가 자동문을 지나서 유리문을 열고 밖에 나가보니 정말 짚차

한대가 정문쪽에서 올라오는데 B현관에 안 서고 우리 A현관에 서는 거다.

▩ 짚차(jeep) : 짚으로 된 차가 아니다. -_-;
               미국에서 군용으로 개발된 차의 상품명!
               앞바퀴가 구동(驅動)으로 된 강력한 소형 자동차.
               사막이나 거친땅, 비탈길에서도 달릴수 있다.
               천장이 천막으로 되어있거나 아예 없으므로
               전복되면 목없는 귀신이 되어 버리다. ▦

장군인가?.....싶어서 차문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육군 소령이 내린다.

' 아앗..? '

그것도 여군이다.   여군소령이 내리자 짚차 운전병이 소령에게 물어본다.

운전병 : 저 중대장님....차 여기 세울까요?

여군 : 그래........거기 세워놔라..  금방 나온다

   나 : ' 오호홀..누구 맘대루...'

현관을 당당하게 들어 올려는 여군을 내가 오른손으로 가로 막았다.

   나 : 저...여기는 A현관입니다.  저어~쪽에 있는 B현관으로 들어가 주십...

여군 :(그냥 지나치며..) 응.....그래.....수고한다.

   나 : 주..주십시... -_-;

내가 당연히 막을줄 알고 방심하고 있던 현관 안에 고참도 그냥 얼떨결에 통과

시켜 버렸다.  고참과 나는 어이도 없고 황당해서 한동안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가

그 여군소령을 좀 골려주기로 했다.  나는 현관으로 다시 나가서 운전병을 손짓

해서 불렀다.     이윽고 다가온 짚차 운전병에게 난 엉뚱한 소리를 했다.

   나 : 여기는 국방부 사성(★★★★)장군들 주차 자리이니....

        저어~쪽 맨끝에다가 주차하세요..

운전병 : 아..그래요?  조오기는 어때요?

운전병 녀석이 비어있는 그 옆자리를 가르킨다.

   나 : 아하하.. 거기도 사성 장군들 자리랍니다.

운전병 : 으음...그럼 저쪽은요?  한 군데 비어있네요..  괜찮죠?

   나 : ' 욘석봐라....끈질기군..'

        안돼요.  거기도 사성장군 주차자리에요

하지만 이 운전병녀석이 바보는 아니었다.

운전병 : 잉?  아니 사성장군이 대체 몇명입니까?  10명이 넘지 않을텐데요?

   나 : 그..그러니깐.. 저기는 이름이 '사성'인 장군 자리란거죠..예..-_-

        저도 바쁘니깐 그만 실랑이 하고 어서 옮겨요..

짚차는 할수없이 내가 가르키는 주차장 맨 끝에 있는 구석 자리를 옮겼고

잠시뒤 여군소령이 청사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자 주차장을 한 번 둘러보더니

이상하다는듯이 나를 불렀다.

여군 : 어?   야 헌병....일루와봐......요 앞에 있던 내 짚차 못봤나?

나 : 예? 짚차요?   음...글쎄요.....방금까지 여기 있었던거 같은데....

      아..저어~~~기 있네요..

여군 : 이익  ./  ..이녀석 봐라.....왜 저쪽 끝에다 주차를 했어?

나 : ' 키득 키득....'

여군 : 에잉...헌병 ..방송좀 해줘....즉시 이쪽으로 오라고...

내가 순순히 들어줄리가 없다.

나 : 에고~ 죄송합니다. 오늘 마이크가 고장이 나서 수리중이에요....

여군 : ........!*#$@*&

여군소령은 주자창 끝까지 걸어서 갔다.  우하하하하하하.....현관안에 돌아와서

고참과 마구 웃었다.  지금생각하니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어차피 국방부

규정을 먼저 어긴 것은 그 여군쪽이니..뭐.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아줌마가 되어 있겠지?    제발 천리안 통신을 안 하길 바랄뿐이다.



<147> 군악대.

전쟁 없는 휴전시에 우리 군인들이 하는 일들은 당연히 전시(戰時)와는 틀리다.

군 사기를 높여주는 사기진작의 군악대는 휴전시에는 딴따라 악대가 되어 배경

음악등을 깐다.  절도와 제식의 표상.....의장대는 서커스 단원이 되어 무료공연을

한다.  각종 군수물자 나르는 수송부는 운전 기사가 되어 버리고, 부상병 치료

의무병은 치질, 포경수술, 썩은이빨 치료나 하게 되는 무료봉사 의무대가 되며,

포를 쏘는 포병은 포를 닦는 청소부가 되어 버리고,  행정병은 타이핑 선수가

되고, 보병은 걷기 마라톤 대회 선수,  공병은 노가다 일꾼이 되어 버린다.

그럼 우리 헌병들은?  우리 헌병은 경비아저씨 내지는 교통순경이 되 버린다.

▩ 흔히 군대가면 마취도 않고 술만 먹여서 포경수술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는데
  말도 안되는 헛소문이다.
   실상 군대에서는 포경수술 하기가 힘이 든다.
  전투력 손실이라고 해서 금하는곳도 많다.
   입대전에 수술을 미리 하는게 가장 좋다.
  제대후에 완전히 아저씨가 된후 병원앞에서 간호사 눈치보며 망설이지 말고
  미리 미리  하기를..▦

오늘은 군악대의 정기 연주회가 있는 날이었다.  모두 국방회관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의장대 여군과 헌병 여군들이 미리 와서 앉아있었다.

우리 남군(男軍)들은 마음에 드는 여군들 옆에 앉고 싶었지만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머뭇 거리고만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빨리 앉아버리면 다시 여군

옆자리로 옮길 기회가 없으니깐 서로 엉거주춤 하면서 눈치를 본다......!!  

얍쌉하고 응큼한 우리 군인들...-_-;     갑자기 군기과장이 소리를 질렀다.

" 야....뭐해?  모두들 빨리 앉아..야...너 일병.... 넌 여기 앉고.. 야 거기

병장 넌 여기 앉아...... 빨리빨리 모두 앉아........."

' 군기과장님 감사합니다. TㅡT '

군기과장 덕분에 나는 고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안은채 한 여군옆에 앉을수가

있었는데 이 여군은 내 동기 안하사 밑에 새로 들어온 쫄병이었다.  좀 미화시켜

말하자면 '여왕마고'에 나온 영화배우 이자벨 아자니를 좀 닮았던 여군이었다.

  음악이 시작되고 우리는 오랜만에 들어 보는 라이브 콘써트에 매료되어

연주회에 푹 빠져서 감상을 했다.  군악대가 연주 하는걸 보면 좀 우습기도 하다.

모든게 절도가 있어야 하는 군대이므로 모두 정자세에 서서 로버트처럼 악기를

다루는 모습들......연주는 부드럽고 좋은데 동작은 딱딱하기 그지 없다.  

그때 갑자기 이자벨 하사가 볼펜을 떨어뜨렸다.      '툭'

눈을 살짝 내리깔고 쳐다보니 이자벨 하사 오른발과 내 왼발 사이에 볼펜이 떨어

져 있었다.  근데 그 여군은 볼펜 떨어뜨린걸 모르는지, 줍기가 귀찮은것인지 도통

주을 생각을 않는다.    나는 일단 모른척 하기는 했지만 속으론 갈등을 했다.

┌─< 리앨생각 ( 광수생각이 절대 아님.-_-;)>────────────────┐
│                                                                          ││                                                                          │
│   나 :(목소리 내리깔고.)아.....여기 볼펜이 떨어졌네요....(주워준다)      ││                                                                          │
│                                                                          ││                                                                          │
│ 여군 : 아......고마워............(쌩긋..)                                ││                                                                          │
│                                                                          ││                                                                          │
│   나 : 저 근데 여군 아니시죠?                                            ││                                                                          │
│                                                                          ││                                                                          │
│ 여군 : 아니..여군 맞는데..왜?                                            ││                                                                          │
│                                                                          ││                                                                          │
│   나 : 글쎄...요...이렇게 아름다우신 여군은 첨 봤는데요?  -_-;           ││                                                                          │
└─────────────────────────────────────┘


마구 나 혼자만의 닭쌀스러운 상상으로만 대화가 진전되고 있었다.  -_-;;;

마음같아선 그 볼펜 하나를 매개체로하여 그 여군과 친해지고 싶었다. 그러나

일병나부랭이가 고참들의 감시(?)속에서 여군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눈 다는건

어림도 없는 현실이다.  할수없이 정면만 쳐다보고 음악을 감상하는척 했다.

볼펜만 주워주면 되겠지만 첨에 모른척하다가 나중에 발견해서 주워줄려니 웬지

어색해서 갈등만 하고 있는 사이......이자벨 하사가 주워 버렸다.

' 상병만 달아봐라....흐흐흐 '

그때는 내가 볼펜을 떨어뜨릴 작정이다. --;



<148> 제설 작업.

송이 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하늘에서 내려오네...하얀 꽃송이..

곤히 자고 있는데 새벽 4시 30분에 불침번이 우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고참들 : 우........씨.........도대체 뭐야?

불침번 : 아예......일직사령님이 제설작업 땜시 조기기상 시키랍니다.

국방부는 이게 괴로운거다.  장군들이 출근하기전에 미리 제설작업을 다 해

놓아야 하기 때문에 꼭두 새벽부터 일어나서 청사 주위와 정문서 올라오는 도로,

그리고 그 넓은 주차장들을 모두 쓸어서 눈을 치워 놓아야 한다. 일직사령이 열외

한명도 없이 모두 참석하라고 했지만 곧 제대할 갈참들이 새벽부터 눈치우는걸

달갑게 여길 리가 있겠는가.. 케비넷에도 숨고 그 밑에도 짱박히고 모포더미속에도

숨고 하며 갈참들은 요령만 피우지..집합을 안 했다.  

일직사령 : 자아...모두 열외없이 다 집합했나?

     나 : ' 제발 인원점검을 해라...해라..'

일직사령 : 다 집합했겠지 뭐..  출발!

     나 : -_-;;;

이윽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청사로 향해서 출발.......

4번초 야간(새벽 1시에서 3시)근무를 갔다 온 사람은 1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또

일어났다.  이렇게 자고도 견뎌내는 군인들을 보노라면 람보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청사도착.....!    넓디 넓은 주차장, 경사진 도로, 몰아치는 눈보라...

컴컴한 곳에서 눈에 반사되는 달빛만 가지고 작업하는 불쌍한 우리 군바리들....!

침체해 있는 사병들에게 배 윤수 상병이 힘을 복돋워 주었다.

배상병 : 야야.....이왕하는거 잼있게 하자구... 억지로 해서 좋을게 뭐 있겠어..

        힘내..힘내...파이팅!!

군인들 : 에고. 맞습니다. 애들아...힘내라..어서 하고 자러 가자.

쫄병들 : (힘을 내며...) 와...와...파이팅...

짜증스러워 하는 사병들이 배상병의 한마디로 모두 힘을 얻었다.  나는 눈 사이를

뛰어다니며 넉가래로 불도저처럼 마구 밀고 나가고 담아서 퍼내고 쓸었다.
                                                    ┌──────┐
▩넉가래란 네모난 나무판자에 길다란 나무막대를      │            │
붙여서 만든 눈치우는 간단한 도구다.                │ 넉 가 래   │
마치 데모, 시위 같은걸 할 때 자신의 주장을         └──┬┬──┘
글로 써서 마구 흔드는 피켓같은 것.                       ││
이걸 거꾸로 눕혀서 땅에 대고 눈을 밀면서 나간다.         ││
군대에는 반드시 있는 도구다.▦                           └┘

모두다 온갖 괴성을 다 지르면서 닥치는대로 눈을 치웠다.  넉가래를 마구 몰고

뛰어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지는 일병,  암만 쓸어도 눈이 쓸리지 않자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꽁꽁 얼어 있는 얼음을 쓸고 있었던 상병, 일은 하기 싫고 가만

있으니 춥고 해서 억지로 눈 위를 마구 뛰어다니는 물병장.......!

그 속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죽도록 눈만 퍼내고 있는 새로온 신병들!

열심히 한탓에 한 시간만에 눈이 모두 다 치워졌다. 돌아와서 다시 모두 누웠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자기위해 눈을 감았다.

   나 :' 아....힘든 제설작업이었다....어서 자야지...'

불침번 : 기상..........

   나 : ..............으흐흐..-_-;;

30분동안 취침을 하고 다시 기상해서 식사하고 내무반으로 돌아왔다.  오전

9시가 되자 일직사령이 또 집합을 시켰다.

일직사령 : 에.......이번엔 눈 마무리 작업을 해라.  출발~~~!

아침에 한 작업은 장군들 출근때까지 길을 터준 임시 작업이었고 이번에는 진짜

제설 작업이라고 한다.  입에서 쌍 시옷이 마구 나오려 한다.  다시 모두 집합을

해서 청사로 출발을 해야했고 갈참들은 또다시 캐비넷에서 숨어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성격이 매우 낙천적이었던 배 윤수 상병.....

배상병 : 야야...힘내...이런거 군대 아니면 언제 해보겠니?  자자.나도 하는데

        짜식들이....   이왕하는거 재밌게 하자구........

   나 :' 그래...그래....틀린말 아니지 뭐.. 사제에서 노가다 한 번 안 해본

        내가 이런것 해보는것도 좋은 경험이겠지 뭐.

군인들 : 힘내자....힘.......와와.. 파이팅!!

구석구석에 있는 눈까지 모두 털어서 한곳에 쌓는 완전 눈 제거 작업을 했다.

죽도록 일하고 다시 막사로 돌아 와서 막사주위의 눈까지 모두 치웠다. 녹초가

되어 내무반에 들어와서 휴식을 취하고 점심을 먹었다.

일직사령이 오후 2시쯤에 모두를 집합 시켰다.

" 음.....이번엔 또 뭐지?  고생했다고 뭔가 맛있는거라도 나눠주려나? "

" 글쎄.. 건빵이나 맛스타가 나온게 아닐까? "

" A급 팬티나 좀 나누어주지..쩝.."

모두들 궁금해 하며 막사 앞에 집합을 했다.

일직사령 : 에........너희들이 이번 할 작업은..... 눈 치우는 작업이다.

우리들 : -,.-
           ㅡ

일직사령 : 에.....그냥 치우는게 아니라 보기좋게  깨끗하게 치워서 예쁘게 좀

          쌓아 놓길 바란다......이상 .   출발~~~!

제기랄....제기랄.....제기랄....제기랄......제기랄...  ...제기갈........!

이 정도면 욕 안나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상에......옆에 쌓아둔 눈이 보기

싫게 엉망으로 쌓여 있다면서 좀 예쁘게 다듬으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거다
. . .
예쁘게...........말이다.  크하하.....눈물이 다 나올려고 하네.. 쩝!

별들이 득실득실하는 국방부는 이런게 정말 짜증나는거다. 군대니깐 어쩔수 없다

다시 제설장비들을 들고 청사앞에 집합한 사병들!  여전히 낙천적인 배 상병!

배상병 : 자자....이왕하는거.....재....밌....게......재......히  익?

쫄병들의 살기 등등한 얼굴을 쳐다본 그 배상병은 눈더미 뒷쪽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모두 다시 청사로 가서 쌓아둔 눈을 다시 쌓고 모두 그런대로 보기좋게

쌓았다.  눈에 한이 맺힌 듯 마구 마구 퍼서 쌓고, 치고, 때리고 난리였다.  모두

죽도록 노가다를 하고 다시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세면하고 쉬려니깐........

독자들 : 일직사령이 또 집합을 시켰단 말이죠?

리앨 : 잘 아시는군요. -_-;

' 으음......이번엔 또 뭐야? '

모두 아무말도 없이 프랑켄슈타인 같은 뚱~한 표정을 하고 막사앞에 집합했다.

아무런 말도 없었는데 벌써 빗자루와 넉가래를 들고 나타난 고참도 있었다.-_-;

이윽고.....일직사령이 말을 하기 시작...

일직사령 : 에.......이번 집합한것은 눈 마무리 작업때문이다

우리들 :' 개쌔기..........'

일직사령 : 그냥 두면 눈이 밤새 얼어붙어 내일 엄청 미끄러울 것이다.

우리들 :' 소쌔기........'

일직사령 : 모두 다 치워놔야 니들이 내일 편할수 있는거다.

우리들 :' 말쌔기.....'

일직사령 : 출바~~~알!

우리들 : 출발 !!  TㅡT

다시 청사로 가서 얼어 붙으면 안 될 부분들을 깨끗하게 치우고 미끄러운 부분

에는 흙을 퍼와서 덮고 뒷 마무리를 깨끗이 한 뒤 막사로 돌아왔다. 눈 작업하다가

하루를 꼬박 보냈다. 모두 지쳐버려 내무반에 앉아서 멍하니..TV 를 보고 있는데

이영욱 상병이 부산에 외박갔다가 들어왔다. 소대 신고를 하고 사온 떡뽁이와 순대를

우리에게 풀어놓는다.  배고픔에 지친 고참들이 모두 달려들어서 먹어댄다.  

그때 옷을 벗어서 케비넷에 넣던 이영욱 상병이 창밖을 보더니 외쳤다.

" 앗!....또 눈이 내리네?.....얘들아.....눈 좀봐라......함박눈이야....함박눈.

...밤에 눈내리는 장면도 엄청 아름답네...부산엔 안 오던데....캬..쥑인다 쥑여."

다음 장면은 마치 슬로우 모션 영화를 보는거 같았다.  떡뽁이를 먹어 입주위가

시뻘건 고참들이 머리를 서서히 들더니 이영욱 상병을 노려 보았다. 눈까지 뻘개져

가는 군인들이 자신을 죽일 듯이 쳐다보는 걸 보고 놀라는 이 상병.

" 어?  지...진짠데......지..진짭니다.  엄청 아름.....다운.. -_-;;"

정말 이제 눈이라면 지긋지긋하다.  최근 군인들은 신현준과 고소영을 엄청 싫어

한다고 한다.    왜 싫어하는지는 CF를 보면 잘 알것이다....-_-

이런 나날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니 군바리들은 눈을 보기만 해도 치를 떤다.

새벽에 또 깨울지 몰라서 모두 잡일들을 미루고 바로바로 취침에 들어갔다.

나는 하느님께 경건히 기도를 올렸다.

' 하나님!  제발 오늘 저녁은 고참들에게 강간 당하는 꿈도 좋으니 제설 작업하는

꿈만큼은 안 꾸게 해주소서.....크흐흑..'

                                                                 - END -


< 예고편 >

다음편엔 열나 군기가 빠진 신병 녀석 이야기,

        태권도 훈련때 하는 공포의 다리 찢기,

        A 현관 입초서면서 저지른 실수 이야기,

        입대한후 돌머리가 되어버리는 군인들 이야기를 올립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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