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일기-2] 입영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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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나우누리... 추억의 그 시절에 대한 회상 . . . 유가촌 (유머가 가득한 마을), 푸하, 모뎀 인터넷 시절. . .

이제는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어진  그 시절 세상 살던 이야기를 AV툰모아에서 들려드립니다.

 

[병영일기-2] 입영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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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2] 입영 전야          

[안녕하세요 짜가천사 가브리앨 입니다]





-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으셨다는 pierre96님. 감사드립니다.



천리안에 처음 받아보는 격려메일이라 참 기뻤습니다.



- 오늘은 입대할때 가게 되는 논산 입소대에 대해 낱낱이 알려드리겠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이만...



                                                                 리앨's




[1] 입소대 시절



<1> 입영전야.



나의 입대날짜는 8월 6일이였다.



예년에 비해 무던히도 덥던 그해 여름....!



웬지 비참한(?)  내 뒷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논산까지 배웅해 주겠다는  영대를



한사코 거절했으나 끈질긴 녀석때문에 나중에 맘이 바뀌어 같이 가기로 해버렸다.



▩ 절대 혼자  가지 마라.

애인이나  친구가 못가면 하다못해 가족이라도 같이 가는게 좋다.

혼자가면 그것만큼 외롭고 비참한게 또 없다.

내가 보기엔 애인보다는 친한친구들과 같이 가는게 가장 이상적인거 같다.▦



당일날 가는거보단 전날 미리가서 하룻밤 숙박하고 출발하는게 낫겟다 싶어 입대



전날 출발했다.  집을 나서는데 흐르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시며 배란다에서 나를



내려다 보시던 어머님....그 어머님을 뒤로  하고 친구 영대와 친한  여동생 주희와



함께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주희는  대전까지 따라올수가 없었기에 그냥



전철역에서 아쉬운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오빠 건강히 잘갔다 와 "



" 그래....주희야 너도 공부 열심히 해! "



" 안녕 "



마구 섭해하면서 돌아가는 주희의 뒷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 제대하고 나면 주희도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어있겠구나.. '



앞으로 다가올 26개월뒤의 세상이 내게는 너무 먼미래로만 느껴졌다.



대전으로 털털 거리며 올라가는 통일호 기차안에서 나와 영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 활달하고 말이 많던 내가 아마도 심란한기분을 느꼈다 보다.



오후에 대전에 도착한 영대와 나는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 태어나 처음으로 대전



시내를 두루 두루 구경하면서 다녔다.



초저녁 대전의 번화가에는 많은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디론가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는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든지......!



목적도 없이 계속해서  시내를 걸어다니기만 하다가 저녁늦게 여관을 잡았는데



피곤한데다 술을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웬지 잠이 오질 않았다.



옆에서 영대는 쿨쿨 자고  있는데 난 하염없이 창밖만 내다보면서 새벽을 맞이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조용한 대전시내의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이른 새벽의



바깥풍경이 이렇게 싸늘하도록 아름답다는걸 지금까지는 왜 몰랐을까?







<2> 입영...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하고 버스터미널에 가서 연무대로 가는 표를 2장



끊었다.



▩이때 실수로 논산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으면 안된다.

연무대로 가는 표를  사야 한다.▦



아직 머리를 자르지 않았기에 터미널 근처에 있는 이발소에 이발을 하러 갔다.



이발소 문을 여는  순간 이발소내에 많은 입영장병들로  붐비고 있는 것을 볼수



있었다.  너무 사람이 많아서  차시간 늦을거 같아, 다른곳으로 갈까 하다가 이발사



아저씨가 머리깍는걸 보고나서 그냥 기다렸다가 깎기로 했다.



한사람 머리를 깍는데 1분이 채 안 걸렸던 것이다.



바리깡으로 몇번 왔다갔다하고, 곧바로 머리 감으면 그게 끝이었다.



그러면서 돈은 6천원씩이나 받았다...



" 이발소 떼돈 벌겠군.. 약 2분에 6천원이라..."



늘상 모종의 사업을 꿈꾸는 영대녀석이 내뱉은 말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빡빡머리를  깍고나니 친한 친구앞에서도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모자를 하나 사서 버스를 타기위해 터미널로 다시 향했다.  3cm 스포츠 머리를 깎고



나니 나는 그제서야 군입대 하는 실감이 났다.



아~!  내가 사회를 떠나 드디어 군대로 들어가는구나.



더욱더 착잡한 기분이 온몸을 감싼다.



▩ 머리는 집근처에서 미리  깎고 가는게 좋다.

대전이나 논산근처에서 깎는 것은 괜한 시간낭비 일뿐이다.

재신검을 받을때 귀향조치를  받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머리를 안깍고 들어

오기도 한다.

어차피 머리를 안깍고 들어온 장병은 논산입소대내에서 깍게 된다. ▦





연무대로 가는 버스는 그야말로 콩나물 시루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라 탔던지 문 바로 앞에 겨우 매달려서 갈수 있었다.



" 이거야 원. 훈련보다 입대하는게 더 힘들군.."



투덜거리는 내말에 영대가 씨익 웃는다.  그 와중에서도 애인과  꼭 끌어안고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들.............후후..



▩ 택시는 절대로 타지마라.

다 그렇진 않겠지만 길을 모르는 승객을  이용해서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게  

현실이다.

1만원정도면 도착할 거리를 수만원의 바가지를 씌운다.

우리같은 서민들은 버스가 최고다 ▦







<3> 이별.



연무대에 도착해서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점심으로 먹었다.



입대전 사회에서의 마직막 식사였기에, 입대하고나서 짜장면이 무척먹고 싶을꺼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연무대앞 중국집 짜장면은 얼마나 맛이 없었던지 다 먹을수가



없었다.  영대는 볶음밥을 먹었는데 기름이 주루룩 흘러다니는 엉터리 볶음밥이었다.



아마 내 생애 가장 음식못하는 중국집이 아닌가 싶었다.



아직 입대도 안했는데 난생처음 경험해보는게 왜이리도 많은지 원...



입영시간이 1시까지라 마음이 조급했는데 영대녀석이 천천히 가도 된다면서 늦장을



부린다. 그래서 논산입소대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학교 교문처럼 생긴 입소대 입구....



입영장병들과 배웅하는 친구들외에도 많은 잡상인들이 상행위를 하고있었다.



▩ 여기서  파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전혀  필요없는 물건들이다.

절대  구입하지 말길...

필요한거 같은 물건을 판다고 해도 그건 입대하면 다 나오는 물건들이다.

정 사고 싶다면 안경보조대같은거나 사길 ▦



그 문을 지나서 긴 아스팔트 길을 걸어가니 연병장이 나온다.



많은 입영장병들과 그의 가족들, 친구들, 애인들이 연병장 가장자리에 있는 관중



석으로 모이고 있었다.



' 햐.......어디서 이렇게 많은 남자들이 모여들었을까?'



▩ 입영시간은 1시다.

하지만 꼭 시간에 정확히 맞춰서 가야하는건 아니다.

1시에 도착한 사람들이 하게  되는 일은 같이 온 사람들과 입소대를 전체건물을

둘러보면서 식당, 자게 되는 숙소, 그외에 전체건물위치등 등을 구경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대장의 연설을 듣는거다.

이때 시간이 2시정도가 된다.

저번에 새로 부임한 여자연대장은 아직 처녀라시는데 그분이 뵙고 싶다면 제시간

에 맞춰서 가보길..

입영시에 못보면 퇴소식까지 기다려야 할테니..

물론 지금쯤은 또 다른데로 발령났겠지만....▦



연대장님이 드디어 연설을 하기 시작한다.



스피커가 윙윙 울려서 잘  안들리긴 했지만 부모님들을 안심시키는 그런 말이었다.



군대가 옛날과는 달라서 질병이  생기면 바로바로 치료할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으니



절대 염려마라는 말과 구타나 가혹행위는 일체 사라졌으니 믿고 맏기라는 그런



연설이었다.



' 야....역시 군대가 많이 좋아졌구나.....'



나는 순진하게도 그말을 그대로 믿고 다소 안심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남녀가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 니들도 이젠 행복끝 불행시작이구나...'



연대장님 연설이 끝났다.



" 자....이제 같이 오신 분들은  그 자리에 남아 계시고, 입영장병들만 연병장으로



모여주십시오.."   방송이 터져나오자 관중석은 작별인사를 나누느라고 술렁이기



시작한다.  " 병수오빠........흑흑....몸건강히 잘 갔다 와.."



" 어머니...이제 가보겠습니다. "



" 아이고 내새끼.........밥 잘먹고 건강해야해....알긋지? "



나도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 아, 이제 정말 가는구나.......'



" 성찬아....... 잘 갔다 와라. 퇴소식때 보자.."



" 그래..... 배웅해줘서 고맙다.  잘가......."



영대와 마지막 악수를  하고있는데 기간병들이( 군복무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현역사병들을 기간병이라 부른다.)  양쪽으로 나뉘어 중간에 통로를 만들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수많은 입영장병들이 통일문을 향해 사랑하는 부모님,친구,애인을



뒤로한채 무리를 지어 그사이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가지고 있는돈에서 영대에게 돌아갈 차비하라고 얼마간을 쥐어주고는 그



무리들사이에 휩쓸려 통일문으로 향했다.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아직



가지 않고 있었고 영대도 관중석에서 내쪽을 바라보고 손을 흔들고 있다.



웬지 손을 흔들고 있는 영대가 무척 쓸쓸해 보인다.



' 자식.......그냥 혼자 가겠다고 했는데 괜히 이 까지 따라와서는 말이야..



혼자 내려갈려면 무척 심심할텐데......'



나는 혼자 돌아가야하는 영대가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 후후...불쌍한놈...친한 친구가 입대했으니 넌 사회서도 재미가없을꺼다..'



좌우에서 박수치는 기간병들은 깊게 눌러쓴 모자밑으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들에게 나지막히 욕을 내뱉고 있었다.



" 너 이새끼들.....동작봐라....걸어가지?"



" 그래...이 xx들..부모님들 다 가고 나서 어디 두고보자..."



" 빨리 빨리 안걸어가 이새끼들아? "



통일문이 서서히 닫히자 바깥 세계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순간 미소짓던 기간병들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겁먹은 토끼눈이 된



입영자들은 모두  어쩔줄을 모르며 우왕좌왕 하면서 앉은번호를 하기 시작했다.



" 하낫! 둘! 셋!......."                                                



" 똑바로 않해?  이 소새끼들아? "                                  



놀라서 넘어지는 입소자도 있었고, 모두가 허둥지둥대며 난리였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나는 그제서야 누가 정말 불쌍한놈인지를 깨달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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